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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규장각

그 꽃, 피다

by 소금눈물 2011. 11. 7.




국본이라 하나, 지존이라 하나-
죄인의 아들이었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위협과 모함 속에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던 평생.
수시로 들어서는 자객을 맞기 위해 잠을 이루지 못했던 젊은 왕.
그 춥고 외로운 마음속에 스며든 숨결같은 동무들, 그렇게 피어난 사랑.
허나 이 사랑은 맺어질 수 없다 합니다.
당신이 한 사내이기 전에 지존의 몸이어서, 그녀가 꽃다운 한 계집이기 전에 천한 화원이어서 만날 수 없다 합니다.
인연이 될 수 없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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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라샤 졍됴타 하던고 이별의도 인졍인가.
평생의 쳐음이요 다시 못 볼 님이로다.
아매도 졍 쥬고 병 엇난 나뿐인가.

뉘라서 정이 좋다하던고. 이별도 인정인가
평생에 처음 정 준 이가 다시 못볼 님이 되어버리네
아마도 정을 주고 병을 얻은 못난 이는 나뿐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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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야 하리.
차마 이 마음 베어내고 밀어내야 하리.
정이 좋다 하던 말은 무심한 남의 말.
그 님이 바라볼 님이 아닐 바에 잊어야 하리.
잊지 못해 병이 든 이 마음이 못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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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그리해야 되겠습니다.
소인의 어린 팔을 묶어주실 때는, 그 손길이 이 마음까지묶으실 줄 몰랐습니다.
소인을 생각해주시는 그 마음만으로 기껍습니다.
못나고 어리석어 힘든 이 마음은 이제 접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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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도 잊으시겠지요.
지금은 아니라 하시나, 구중궁궐의 꽃들이 그리 고운데
들판의 참꽃 하나야 봄이 지나면 그 뿐
그저 소꿉동무의 한 때의 추억이라 그리 잊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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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직은 아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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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할 마음이니
아직은 제 안에 깃들어 떠나지 못하는 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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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잘라내지 못하겠습니다.
자꾸만 그리로 흐르는 이 강물을, 막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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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 마음의 주인은 제가 아닙니다.
잘라주실 분이 놓고 버리지 아니하셨으니
속절없이 이 못난 정이 다하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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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이 지기 전
바람속에 이 마음이 저물기 전
그 때까지만 저는 이대로 피어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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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찾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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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뿐이었는데
다만 사무치게 그리워했을 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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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앞에 오신 분이 누구십니까.
소녀, 한낮의 꿈에 취한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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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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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로 인해 나도 꿈속이었거니
이 마음의 주인도 또한 내가 아니었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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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네 팔에 묶어주었던 그 술띠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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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네가 아직 가지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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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이곳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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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팔을 묶었을 때
내 마음도 함께 묶인 것을 우리는 몰랐구나.
그때는 그저 어려서 다만 정에 고픈 우정이라고만 알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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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데리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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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말씀입니까 전하.
이 땅이 모두 전하의 땅이거늘, 어디로 소인을 데리러 간다는 말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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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연을 어린 벗의 다정이라 말하지 말라.
한 남자로서 네 앞에 있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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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을 막을 이가 이제 없으리라.
네 마음이 나를 불렀다.
내 정이 너를 놓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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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아.
궐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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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을 곳이 바로내 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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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서 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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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지키고 너와 더불어 이 세상의 마지막을건널 것이니
내게 깃들여 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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