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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규장각

달빛처럼, 강물처럼.

by 소금눈물 2011.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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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넘었습니다.
지금쯤 궐에서도 전하를 찾느라 난리가 났을 겁니다.
예정에 없던 지존의 원행(遠行), 아마도 여러사람이 난처해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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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이 얼마나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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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시가 다 되어가옵니다 전하.
밤바람이 찹니다.
교하 현감에게 명을 내려 유숙할 곳을 마련해 놓았사오니 이제 그만 관아에 걸음을 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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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세 남내관
난 이곳에 있을 것이네
난 이곳에서 송연이를 기다릴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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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을 아는 남내관.
더는 어찌하시라 여쭙지 못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 지극한 인연을 아는데, 그 마음들이 더는 물러설 수 없이 여기까지 달려왔음을 아는데 어찌 전하의 발길을 재촉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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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사람이나
기다리게 하는 사람이나
안타까워 숨이 막히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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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선 이 길 끝에 있는 나무 밑에 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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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술띠를 잃고도 허둥지둥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속이 타는 누이가
어찌 그분을 잊고 살아갈 생각을 하느냐 했지요.
어쩌면 이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눈물과 회한속에 두 사람을 묻어버릴지 모릅니다.
견딜 수 있을까요.
그분을 잊고, 묻어버리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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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또 이 아이를 잊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대로 돌아가버린다면, 다시는 잡을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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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할 수 없습니다.
당신을 밀어냈던 그 아이의 마음이 진정이 아니었음을 왜 몰랐을까요.
세손으로 만나지 않았다, 너를 임금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었다 하셨지만
그 아이의 처지에서 어찌 순연한 그 마음으로만 대할 수 있었을까요.
평생을 당신이 용상에 오르기만 기다리며 숨죽이고 살아온 어마마마께서, 전하의 전정에 걸림돌이 될 사람을 어찌 대하셨을지 왜 짐작을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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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이 연경으로 떠나기 전날 밤 이 붉은 마노를 주었지요.
신분을 벗어나 정을 준 사내와 계집으로 저잣거리를 거닐며 그토록 행복했던 밤이었습니다.
돌아올 기약이 없는 먼 길을 가면서, 혹시라도 전하께서 짐작하고 막아서실까봐, 그처럼 환하게 웃더니, 웃음이 자꾸 눈물처럼 보이더니.
함께 있는 것만이 기꺼워 바보같이 짐작도 못하고 행복했더니...

그날 이후, 한시도 몸에서 떼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작은 붉은 돌이, 그처럼 진하던 정이었음을 전하는 알고 있었습니다.

놓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정말 견딜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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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 송연도 이 술띠를 떼어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생각시 나인 아이의 작은 상채기가 무엇이라고, 어쩌자고 당신의 술띠를 거침없이 풀어 묶으셨지요.
아직 간직하고 있냐 하셨습니까.
어찌 놓을 수 있었겠습니까.
도성을 떠나 있던 칠 년, 가까스로 돌아와 도화서의 다모가 되고, 천지신명의 도움으로 가까이 바라보게 되고...
전하의 고통과 외로움을 알게 되고 그분을 위해 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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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그 분의 이름을 불러드렸던 날이었지요.
송연이 부른 이름을, 그리 좋아하셨던 전하...

다시 이렇게 돌아와 선 지금까지, 어쩌면 남이 알까 무서워 보이지 못할 마음이지만 이 술띠가 자신과 전하의 내밀한 마음길로 가는 끈이라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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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을 잊고 살 수가 있을까요.
이 술띠의 부름을 잊고 그리할 수 있을까요.

허면, 따라가도 될까요?
전하를 떠나 살 수 없어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전하의 곁만이 제가 사는 길이라면

전하.. 그리 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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