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그리스 아티카에서 출토된 쿠로스 입상, 기원전 590년 <우>크리티오스의 소년, 기원전 480년 경.
이집트에서는 특정한 한 사람, 즉 파라오만이 신성하다. 하지만 그리스에서는 '인간'이 신성하다. 이런 정신은 옷을 벗기고 배경을 없애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 이와 관련된 사상의 근원을 찾아보자. 고대 문화에서 신은 모든 일의 중심이자 모든 사건을 일어나게 하는 힘이다. 사람이 뭔가를 만들 때 그 사물에 적절한 얼굴, 즉 신을 상징하는 특징적인 동물의 얼굴을 빚는다면 신이 그 안에 깃들 것이라고 믿었다. 인간의 감정이 표현된 이야기에 인런 신적 인물을 결합한 것이 신화다. 하지만 <일리아드>와 호메로스의 또 다른 서사시 <오딧세이>가 대담하게도 신화를 이용하여 고집불통 호색한에 싸움질을 일삼는 한 무리의 빛나는 초인적 존재가 좌지우지하는 세상을 묘사하면서, 이런 전제는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만일 신이 인간을 닮을 수 있다면, 그 반대라고 안 될 것이 무엇인가? 인간 자체에는 타고난 힘이나 원칙이 없다는 말인가? 아티카에서 발굴된 나체 조각상은 점차 곧잘 변하는 분류 기준의 흐릿한 경계선상에 걸쳐 있었다. 조화로운 남성의 인체, 그리고 남성과 남성의 성관계를 향한 고대 그리스 특유의 열정 역시 내재되어 있었다.
기원전 630년 경부터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기를 얻었던 이런 형식의 조각상을 '쿠로스(Kouros,'청년'이라는 뜻으로 청년 나체 입상을 가리킨다)라 한다. 쿠로스는 아폴로 신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전투 중에 죽은 젊은이를 기억하기 위해 그의 가족이 의뢰한 조각일 수도 있다. 둘 중 한 경우인지, 두 경우 다 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유연하게 사고한다 해도, 저 쿠로스에서 흔히 <크리티오스의 소년>이라 불리는 기원전 480년경의 이 조각상까지 겨우 100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자에서 대리석은 감동적인 느낌을 주지만 여전히 대리석 같다. 하지만 후자는 마치 실제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런 변화에 대해 미술사학자들은 '고대미술'에서 '고전미술'로의 전환이라 말한다. 이 양식이 세계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p.62-63
<세상을 비추는 거울, 미술>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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