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창세기는 릴리트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카발라ˇ의 중요 문헌인 [조하르], 즉 <빛의 책>에는 그녀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릴리트는 아담과 동시에 태어난 최초의 여자이다. 아담과 마찬가지로 진흙과 하느님의 숨결에서 나왔으므로 아담과 대등하다. 릴리트는 아직 의식이 없었던 <아담의 정신을 낳은 여자>로 묘사된다. 릴리트는 선악과를 먹고도 죽지 않는 것을 보고 욕망이 좋은 것임을 깨닫는다. 그럼으로써 자기가 원하는 바를 요구할 수 있는 여자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녀는 성행위를 하다가 아담과 다툰다. 자기가 아래에 있는 것이 싫어서 체위를 바꾸자고 요구한 것이 싸움의 빌미가 되었다. 아담은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 다툼의 와중에서 릴리트는 신의 이름을 부르는 죄를 범하고 낙원에서 도망친다. 신은 그녀를 뒤쫓도록 천사 세 명을 보낸다. 천사들은 그녀가 낙원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녀의 자식들을 모두 죽일 거라고 위협한다. 릴리트는 위협에 굴하지 않고 동굴에서 혼자 사는 길을 선택한다. 최초의 페미니스트인 릴리트는 인어들을 낳는다. 이 인어들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들을 본 남자들은 미친 듯이 사랑에 빠져 버린다.
기독교인들은 이 전설을 변형시켜, <아니라고 말한 여자> 릴리트를 마녀, 검은 달의 여왕(히브리어로 레알라는 <밤>을 뜻한다), 또는 악마 사마엘의 반려자로 만든다.
중세의 몇몇 가톨릭교회 판화에는 그녀가 이마에 질(膣)이 있는 모습(이마에 남근을 상징하는 뿔이 달려 있는 일각수에 대응하는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릴리트는 이브(아담의 몸에서 나왔기에 더 순종적인 여자)의 적으로 간주된다. 릴리트는 모성을 지닌 여자가 아니다. 릴리트는 쾌락 그 자체를 좋아하며 자녀의 상실과 고독으로 자유의 대가를 치른다.
p.165-166
ˇ카발라- <전통>을 뜻하는 히브리어로서, 유대교의 신비주의적 전통을 일컫는다. 그 기원은 기독교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천지 창조에 관한 신비주의적 사색과 성서에 관한 비유적 주석, 히브리어 문자에 관한 우주론적 해석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11세기 이후 서서히 유대인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다가 14세기 이후 스페인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확산이 이루어져, <탈무드>를 중심으로 하는 유대교의 주류적 전통과 구별되는 중요한 한 흐름을 형성해 왔다. 카발라의 중요 문헌인 [조하르]는 <토라>(구약성서의 모세 5경), <탈무드>에 이어 유대교의 제3경전이라 할 만한 것으로, 신의 성질과 운명, 선과 악, 토라의 참뜻, 메시아, 구원 등에 관한 신비주의적 사색을 담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상상력사전>에서.
여성억압이 극도로 치달았던 서양 중세 기독교에서 왜 릴리트를 마녀로 만들어버렸는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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