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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풍속사 2

by 소금눈물 2013.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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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근원적이고 무조건적인 욕망은 존재욕이다. 존재하려는 욕망, 곧 살아 있고자 하는 욕망이다. 존재욕은 다시 두 가지 욕망으로 구체화된다. <예기禮記>는 이렇게 말한다. "음식과 남녀는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 존재하는 곳이다." 음식을 먹는 것과 남녀관계, 곧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다. 아니, 그 욕망이 곧 인간이다. 인간의 식욕과 성욕의 구성물인 셈이다. 식욕이 없다면 인간 개체는 소멸한다. 성욕이 없다면 종으로서의 인간이 소멸한다.

 

그런 까닭에 식욕과 성욕은 인간을 성립시키는,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가장 근원적 욕망이다. 식욕은 음식과 인간 개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욕망이다. 이에 반해 성욕은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욕망이다. 그리하여 성욕은 보다 복잡한 욕망이 된다.

 

인간의 존재욕은 영원히 존재하고 싶은 영속의 욕망이다. 하지만 개체로서의 인간은 필연적으로 소멸한다. 만약 죽음을 피하고 인간이 영원히 존재한다면 어떤 세상이 도래할 것인가. 또 불멸은 인간 개체에게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죽지 않는 인간들이 우글거거리는 세상, 수천수만 년 전부터 존재한 인간들과 매일 만나고, 영원히 매일매일을 반복해야 할 때 의미 있는 일이 있을 것인가. 인간의 경험이 유한하며 반복된다는 것을 알 때 그 반복으로부터 오는 권태감을 인간이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모든 의미 있는 것은 생의 유한성에 기초하고 있는 것일 터이다.

 

인간의 성은 아마도 그 유한한 생명이 무한을 추구하는 하나의 방식일 것이다. 인간의 영속성을 충족시키면서 개체를 바꿈으로 해서 경험의 주체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 성이 아니겠는가. 이 때문에 성욕이야말로 어떤 억압에도 사라지지 않으며, 인간의 영속성을 충족시키는, 식욕보다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하는 근원적인 욕망이다. 그런고로 성적 욕망은 문학과 예술의 영원한 주제다.

 

 

p.271-272

 

 

죽지 않은 인간들이 모여 영원히 다투고 미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세상이라니. 이게 바로 지옥이겠구나...

 

 

강명관지음 <푸른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