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얇팍하게 '조선시대 자료 얻어가기'로 욕심을 부렸는데 읽다보니 책에 흠뻑 빠져 그냥 메모 없이 내리 읽어버리고 말았다.
소제목마다 재미나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지만, 양반들이 산천경계 좋다는 산수유람을 떠날 때에 나라법의 근거도 없이 수십 명의 인근 승려를 불러내어 그들이 메고 지는 남여를 타고 종부리듯 하며 이를 피아가 서로 당연히 알았다는 대목에서는 몹시 흥분하였다. 입바른 소리로 이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짐짓 한탄하지만 그들 스스로 그런 잘못을 고칠 마음까지는 갖지 못하고 이 또한 당연한 습속인 줄 알았던 몇몇 이름난 양반들의 위선에는 더더욱 화가 났다. 하지만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었겠지. 조선사회가 양반사회고 양반을 제외한 중인, 상민들은 사람의 몫을 옳게 주장할 수 없는 시대였으니. 사회적 울타리에서 비껴나는 이들의 처지야 더 말할 것이 무엇이랴만.
그 미모와 재주가 세상을 울리고 한다하는 권력자들의 심금을 흔드는 명기가 되어도, 스스로의 말을 가질 수 없고 전할 수는 더더욱 없었던 해어화들의 이야기는 내내 시렸다. <풍죽도>의 근적이 떠올라서였다. 근적이는 계섬도 추월도 아니었으니 그저 그런 퇴기로 한량들의 주연상에서도 밀려나 일찍 죽어버리는 바람에 더더욱 남길 것이 없지만. "지금 세상에는 너만 한 남자가 없으니, 너는 끝내 그런 남자를 만나지 못하고 죽을 것이로다!"- 짧은 인연이나 그래도 유일하게 스쳐간 그 사람이 있었기에 덜 외로웠다고 위로해줄까.
읽다 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쩐지 영 가볍고 덧없게 느껴지어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려나 모르겠다.
제목 : 조선풍속사 2
지은이 :강명관
펴낸 곳 :푸른역사
'그룹명 > 낡은 서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상력사전 (0) | 2013.07.18 |
---|---|
세찬 비 어린 연잎을 때리고 (0) | 2013.07.13 |
천사의 게임 (0) | 2013.06.27 |
책-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0) | 2013.06.13 |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 (0) | 2013.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