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한 주제를 가지고 심도있게 생각하며 들여다보는 책이 참 좋다.
오랫만에 진중하게 깊게 읽은 책이었다. <그리스비극>을 통해 만난 지은이의 두번째 책이었는데 지금 저질러놓은 일을 어지간히 감당하기만 하면 계속 이어갈 것 같다.
고대 그리스 문학, 아프리카 이집트 철학에 이어 중세,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눈(眼)>을 통해 나타난 관념적 사상, 문학적 형상화를 풀어놓은 책이다. 뒤쪽 현대철학에서 다루는 눈은 좀 어려웠지만 그리스비극을 손에서 놓은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다. 미처 생각해본 적이 없는, "왜 동양에는 '비극'이 없는가"라는 주제도 흥미로웠고.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읽느라 속도는 더뎠지만 그렇게 읽어도 흐름이 막히지 않을만큼 잘 읽혀나간 것도 지은이의 탁월하고 깊은 내공 덕분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좋아하던 아름답고 화려한 문장을 가진 문학평론가들과는 좀 다른 결의, 단단하고 남성적이랄까. 그런 색깔도 좋았다.
간만에 배가 부르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역시 정말 행복한 일이다.
제목: 눈의 역사 눈의 미학
지은이: 임철규
펴낸 곳 :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