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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발자국

by 소금눈물 2011. 11. 28.

 

03/02/2008 11:37 am공개조회수 1 2



공중파 뉴스는 쳐다보기도 싫어 몇달째 꺼놓고 있다.
3.1절이었던 어제, 대통령이라는 이가 "열린 민족주의"라는 말을 삼일절 기념사에서 했다는 말을 들었다.
민족주의는 본디 열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 공동체의 이익과 그 공동체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관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민족주의가 어찌 다른 공동체와 열릴 수가 있다는 말인가.
하고픈 말인즉슨, 일본이나 미국에 배타심을 갖지 말고 역사적 과오도 따져묻지 말고 그냥 덮자는 소리일게다.
웃기고 자빠졌다.
나도 열렬한 민족주의자는 아니다. 그런 말도 싫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진했던 나라의 역사들 잊지 않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우리도 그러했지 않은가. 국가의 폭력으로,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렀던 만행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어린쥐씨가 주장하는 속내는 뻔히 알거니와 그 말에는 참말로 기도 안찬다.
이 민족에 무슨 공공선을 주장해오지도 않았고 그저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미친듯이 매진했던 부패한 인간들이 새삼 무슨 역사의식이 있다고 이런 날 이따위 소리를 하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고종석의 이 책은 예전에 올렸던 <히스토리아>와 비슷한 맥락이다.
모든 삶은, 사건은 발자국이다.
역사는 그 발자국이 남긴 긴 여정이다.
이 부패하고 추악한 정부도 어떤 식이든 발자국을 남길 것이다.
그 발자국이 딛고 지나간 길에 흙투성이로 망가질 국민이 될 수 밖에 없는 나, 생각할 수록 암담하고 괴로운 앞날이지만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답답하다.
책을 읽다가 덮고 만다.

"공안사범"이 구속되었다는 뉴스를 듣는다.
긴급조치 9호...
이 책의 한 페이지가 다시 떠오른다.



제목 : 발자국 (역사의 발자국 헤아리기)
지은이 : 고종석
펴낸 곳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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