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아 숭례문이여
이 땅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거룩한 문이여
길고 긴 세월, 우리 민족의 수난과 고통을 바라보며
한 품에 안고 아파하던 겨레의 얼굴이여
600년 도읍지를 크나큰 장수처럼 든든히 지키고 섰던 너
그대 오늘 쓰러졌구나
불길 참화 속에 어이없이 쓰러졌구나
팔 다리 꺾여 불길에 휩싸여 우리들의 가슴으로 무너져내렸구나
천만 년 민족융성을 기원하며 돌단을 쌓던 첫 조상의 마음
이 땅의 흙과 나무를 지어 먼 훗날 어린 자손의 자손까지 그 얼이 기리도록 축원하던 마음
아아 무너졌구나, 쓰러졌구나
너를 바라보는 내 마음 그 차디찬 주검처럼 숯이 되어버렸으니
이 땅을 지켜주던 너를 잃고 어이 조상을 뵈리
이 아프고 서러운 마음을 목놓아 통곡한다.
아아 숭례문이여
무너져버린 우리의 얼이여, 민족의 자존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