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연민 (compassion) 사랑의 대상이 사랑의 관계와는 무관한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불행하거나 위험에 처해 있다고 느끼거나 보고 알 때, 사랑하는 사람은 그에 대한 격렬한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그리이스 어에는 두가지의 욕망이 있다.
부재하는 이에 대한 욕망에는 포토스(photos)가,
현존하는 이에 대한 욕망에는 보다 강렬한 히메로스(himeros)가.
그러고 보니 나도 이 책을 어지간히도 써먹긴 했다.
(http://kr.blog.yahoo.com/salttear/62346.html?p=1&pm=l&sk=0&sv=아프
http://kr.blog.yahoo.com/salttear/138848.html?p=17&pm=l)
울적하고 심란하기만 한 머리가 안풀리면, 뒤적거리며 내 헝클어진 머리속을 꼭 한마디로 규정해줄 말들을 이 책에서 찾는다
답이 나오지 않을 감정들이련만...그래도 이런 나지막한 구절들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이상도 하지...치유가 되지 않을 상처에 건조한 이런 묵음들이 위로가 된다니...
사랑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되랴.
성자로까지 추앙받았던 간디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젊은 제자와 나눈 편지가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보며, 사람의 몸을 받은 이들이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업이구나...그런 생각을 했었다.
부재자, 단발마의 고통, 사랑을 사랑하는 것, 고행자, 기다림, 파국, 지상의 모든 쾌락, 공모, 헌사, 나는 미치광이다, 말로 표한할 수 없는 사랑...
거칠게 대충 잡은 소제목만으로도 이 책의 성격이 대충 드러나리라.
이 책은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가 1974년부터 76년까지 파리 고등연구실천학교의 세미나에서 "사랑의 담론"이라는 이름으로 사랑과 정념의 원형이랄 수 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대상으로 행해진 강의의 결과이다.
기호학이나 바르트의 깊은 비평세계는 몰라도, 이 한권을 들춰 읽다보면, 사랑을 이루는 한 장 한 장의 편린들이 그토록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게 박힌다.
사랑의 눈으로 보는 대상의 아름다움, 사랑받는 자가 사랑하는 자에게 아무 생각없이 (그래서 사랑하는 자에겐 고통일 수 밖에 없는!!) 저지르는 소행들.- 무심하고! 고통스럽게!!
사랑받는 자의 작은 몸짓들, 말들, 그를 연상시키는 물건들...그것에 매달리고 집착하며 스스로 상처를 받는 이들의 운명..
별 재미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읽다보면 정말 가슴을 어름으로 문지르는 순간들이 여럿 나타난다.
하긴, 이런 말들에 상처받고 더 외로운 이들은 이미 "사랑에 포박당한 자" 이며 사랑받는 존재 자체가 사랑하는 자에게 고통이고 아픔일수 밖에 없으니 이것을 직시하는게 어찌 쉽기만 하랴.
지은이의 이름이 무겁다 해서 내용까지 그렇지는 않다.
그냥.. 가을날 볕좋은 벤치에서 차 한잔을 아껴 마셔가며 읽고,, 지는 가을 잎처럼 가슴에 쌓아지는 수필이다.
이 책이 주는 황홀함에 감동해서 그의 다른 책을 찾았다가 역시나 책이나 사람도 인연이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 내 무지를 변호하며 하는 소리다 ^^;;
제목 : 사랑의 단상
지은이: 롤랑 바르트
옮긴이: 김희영
펴낸곳: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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