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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소쇄원 - 2 기찰

by 소금눈물 2011. 11. 16.

소쇄원 - 2 기찰

06/02/2005 10:33 am공개조회수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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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사연이 많았소.
관비주제에 포청군사들이 하는 격구시합에서 활약했다고 우포청 종사관에게 혼쭐이 나고, 나으리가 금창약을 발라주셨다오.
쉬지도 못하고 또 사주전 기찰을 나가야 하는 우리 옥이.



기찰행 보고는 해야겠지요.
그런데 다른 부장포교들은 지시를 받고 바로 떠났는데 옥이만 굳이 도련님께 인사를 하고 가는구려.
상하복명이 지엄한 공무라 하나 사사로운 정을 감출수는 없는 사람들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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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은 포장영감부녀와 차를 나누시는 중이구려.
드물게 보는 평화로운 모습인데, 도련님옆에서 행복한 아씨의 모습...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옥이 마음이 쓸쓸했을 것이오.



포장영감의 지극한 고임을 받는 고명딸 난희 아씨.
현숙하고 야무진 이 아씨가 오랫동안 종사관 나으리를 사모해 온 것을 옥이는 아오.
서얼의 벽쯤이야 문제를 삼지 않을 마음이 열린 집안이고, 또 누구보다 종사관을 아끼고 신임하는 포장영감의 기대도 옥이는 아오.



아름답고 현명한 난희 아씨와 나으리.
누구보다 아름다운 짝이 될 것임을 옥이는 알기에 여기쯤에서 멈추어야 할 것을...
사람의 정이란 모질고 독한 것이어서, 어쩌자고 베고 누르는 마음은 그 누르는 만큼의 무게로 똑같이 더 솟기만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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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으리의 일을 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옥이.
아니 그것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자신의 마음이었을 것이므로 자신의 정인을 바라보는 다른 여인의 눈길도 애써 마음에 담지 말아야했던 옥이...



행복에 겨운 아씨와 달리, 나으리께는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였나보오.
그저 존경하는 포장영감의 따님, 딱 거기까지 밖에 마음길이 더 가지 않는 우리 나으리.
옥이의 모습이 더 반갑소.



곤혹스런 자리를 이렇게 피하면서



이제 나가는 길이냐..
나으리의 말씀이 따뜻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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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의 일이 아직도 마음에 걸려서 애틋하기도 하고, 자신을 위해 사노라는 이 아이의 말이 겹도록 행복하기도 하셨을거요.
아직도 팔의 상처가 아플텐데 저 몸으로 변복을 하고 기찰을 내보내야 하는 마음이 어찌 아프시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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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라..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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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걱정은 모른척 하면서 난희아씨의 차를 우리는 모습이 기품있다고, 엉뚱한 말을 하는 옥이.

"차맛을 느낄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그 마음을 알면서도 언짢으시오.
속상한 마음이 싸늘하게 나오시는구랴.
당신의 마음을 모른척하는 옥이를 볼 때마다 나으리 삐지시오 ^^
에고 구여워... ^^



아무리 무예가 뛰어나다 한들, 여린 여자의 몸으로 변복을 하고 기찰을 보내는 마음이 안스러운데, 나으리의 마음을 한 가슴에 담고 가는 옥이는 오히려 더 대범해보이는 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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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겠습니다.... 도련님...

"도련님.."
그 한마디에 저 속없는 양반 금방 행복해지셨소.
그렇게 금방 속내를 못감추고 환해지시다니, 에구에구~ 도련님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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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그게 그냥 무심결에 나온 호칭이었을까..
난희아씨의 그 뜨거운 눈길을 안봤다해도 옥이가 저렇게 불렀을까요?
애써 감추려해도 감춰지지 않는 스스로의 마음이, 자신의 정인을 향한 다른 여인의 눈길을 본 순간, 이 사람은 내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저항으로 그렇게 나온 건 아니었을까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호칭, 함께 살아오면서 자신들이 공유했던 그 시절에 대한 자부, 애정, 믿음....그리고 그 사랑이 담긴 그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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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을 알고 이렇게 행복한 나으리.
나으리 마음을 이렇게 붙잡아놓고, 저도 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질투를 들켰으면서도 그 마음을 애써 감추고 돌아서야 했던 사람들.
돌아서지 못한 그 사랑이..그렇게....그 바다에 져야 했겠지요.
아프오 나으리.
당신의 그 웃음이 이렇게나 그립고...아프오..



일상처럼 나가던 기찰.
그래도 오늘은 어제까지의 여느 기찰과는 발걸음이 다른 듯 합니다.
매화꽃이 날리던 지난 밤의 뜨거운 고백과 오래 함께 걷던 여운이 아직도 가슴에 일렁입니다.
지금은 여기까지만 생각하기로 합니다.
난희아씨의 연모도, 까마득한 나으리와의 신분도 잊고, 여기까지만,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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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한번 나으리를 돌아다보오.
그의 꿈을 위해서만 산다던 아이, 기찰나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위험할지 지금 그 아이의 안중에는 도무지 그런 걱정은 없다오.
따뜻하게 배웅해주는 나으리를 보며 그의 사랑을 담고 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명랑하오.

무사히 돌아오라고 걱정하면서도 지난밤의 일과 방금 들은 그 한마디 때문에 더 애틋해진 나으리..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인 가엾은 난희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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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저 분의 마음에 들어가실 자리가 없구려.
저 사람은 다른 이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이가 아니라오.
저 사람의 심장은 오직 한 여인을 위해서만 뛸 뿐이오.
어쩌오... 그 지극한 연모를 저 분은 끝내 받으실 수 없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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