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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성지순례 3 <낙안읍성 - 우포청>

by 소금눈물 2011. 11. 16.

 04/04/2005 10:36 pm공개조회수 1 12




매화야, 도련님의 등 뒤에서 그날밤 함께 했던 바위야. 내년에 다시 보자.
정을 두고 가는 연인처럼, 한번씩 쓰다듬고...



처음만난 다모폐인 가족과 정겨운 인사를 주고받으며 기약없는 안녕을 하고 다시 떠납니다.
매화꽃잎이 바람에 날려 자꾸 걸음은 묶이지만 섬진강물에 띄워보내며 다음 목적지로 가야...는데... 어디? 어디로 가지요?

"평사리로 가서 토지네를 보느냐, 아니믄 여서 선암사로 낙안읍성 우포청으로 가느냐.."
"당근 만땅이 우포청이쥐~! 김환이는 울 도련님 만난 이후로 애석하게도 잊은 애인이 되고 말았다네~"

하여.;; 우리들의 애마는 낙안읍성으로 갑니다~~



섬진강을 끼고 구비구비 이어진 길... 개나리와 매화꽃가지를 연신 번갈아 스치며 강바람을 맞으며 씽씽 달려갑니다. (저 괴나리 봇짐이 뉘기 것인지 +_+ )
쓰기 전에 여기에 다시 와 보았다면 <늦은 비>의 시작이 아주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얼핏 하며... 안쓰고 퍼질러 놀고 있다고 구박도 중간중간 받으며~ 조금씩 고파오는 배를 달래며~



우포청으로 들어섭니다~~~!!



들뜬 마음을 시샘이라도 하듯 갑자기 모래바람 휘웅~~~~=_=
양쪽에 늘어선 포졸.
수직군사 이기원이 생각나는... 이포졸은 좌포청을 잘 지키고 있겠지요?

"야 임마 벙거지 똑바로 써~!!" 하고 싶었는데 이미 벙거지는 똑바로 쓰고 계시더라는 ;;



이 장면... 익숙하게 기억이 나시지요?
바로 여기였군요..
저 시장골목에 발바닥에 땀이 나게 뛰어다니던 마축지와 타박녀가 나름대로 길에서 그들의 삶을 살던 시절이 여기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때 그 장꾼들도 텅 비고 쓸쓸한....



우포청으로 들어섭니다.
남도 꽃구경이 이어지는지 손님들이 많습니다.
포청 마당에 무릎을 꾼 죄인들이 있는 곳을 지나 지나...;;



한낱 다모계집에게 수모를 당하고 분을 못 참아서 팔을 베려던 쪼잔한 조종사관의 빈정거림이 어디선가 들릴 듯한...



무관의 칼을 네깟년의 팔과 견줄 수 있겠느냐....
비틀린 웃음이 귓전에 울리오..



이게 무슨 짓이오!!
금방이라도 우리 나으리가 들어설 것만 같지요?

"네가 여기는 어쩐 일이냐~"
"나 해봐 나 해봐~"
"주접을 떨어주셔요 아주~"
"나으리 이년의 팔을 베시쥐요~"
"갖춰요 갖춰~"

털썩 무릎을 꿇고 팔뚝을 내밀었다가 사정없는 비웃음만 사고 말았다는 ;;;;




도련님의 장도를 위해 대신 팔을 내놓으려던 옥이의 자줏빛 저고리가 생각납니다.
그때의 그 아이.. 얼마나 아름답고 슬프던지요.
죄가 없으면서도 죄를 청하며 읍소하던 옥이..뚝뚝 떨어지던 눈물.... 가슴이 싸아해집니다.
그때 세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았을 매화나무가 아직도 그대로 그렇게 피어서 구부정하게 담장 너머로 우리를 맞고 있었습니다.

우포청도 보았고... 매화밭에서 도련님 바위도 찾았었고.. 그 다음은 어디로 갈까요?
이제 슬금 슬금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걱정되고 배는 점점 고파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냥 돌아올 수는 없지요?

이제 승주 선암사, 도련님과 옥이의 유년..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그토록 돌아가고 싶었던 그 완벽하게 행복했던 꿈결같은 시간 속의 바로 그 곳... 묘향산 관음사의 모습...
지척에 두고 그냥 올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다시 차는 출발합니다.
여기가 쌍계사 십리벚꽃길이 이어지는 동네였던 것 같은데, 벚꽃은 꽃눈도 아직 안나오고 매화만 풍성한 산자락에 반가운 개나리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 아 배고파 ;; 밥 먹고 가자구요!! 뭐라도 먹어!! 안 먹으면 나 안가 안가!!"
" 막강윤폐 하나 굶겨죽였다는 소문 나겠네. 그려요 먹고 갑시다 가요!!"

낙안읍성을 나와서 승주로 접어들면서 들른 선암사 입구 길갓집 "목인".
겉모습은 교외 라이브 까페 비스름한 ;;;




산채 정식.. 8000원입니다.
정말..거짓말 안보태고 진짜 맛있었습니다.
무슨 무슨 유명한 집 찾은 것도 아니고, 길 가다가 무작정 차 세워서 들른 터라 별반 기대도 안했는데요.. 더덕장아찌에 들깨를 갈아 양념한 죽순무침이며 취나물, 도라지, 머위, 그리고 뭐뭐뭐~
혼자 사는 불쌍한 이 비혼츠자들, 일주일치 양식은 너끈하게 될 듯한 정말 푸짐한 상입니다.
게다가 그 하나하나가 정말 맛있었다는. 갈치젓을 넣었다고 했던가요? 김치맛 정말 ...^^b


자 이렇게 실컷 먹고 적당히 쉬고... 이제 산문에 들 일만 남았군요.
오늘 다 하면 재미 없지요?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

**

여기서 순례를 하실지 모를 다모폐인들께 팁!!

기억하고 싶은 장소를 찾으시려면, 대본보다 장면캡쳐를 꼭 준비하십시오.
기억은 그다지 쓸만하게 믿을 게 못됩니다.
캡쳐사진이 없었다면 정말 도련님 바위도 못 찾았을 것이며....지금 와서 하는 이 뼈아픈 후회도 선암사 그 먼 곳까지 어렵게 가서 정말 아쉽게 놓치고 온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는 겁니다.
출발할 때 선암사까지 들를 생각을 미쳐 못했었기 때문이지요.

특히나, 워낙에 아름다운 장면이 많은 윤폐인들. 긴가민가 하는 곳들에는 사진이 정말 필요합니다.

캡쳐사진. 잊지 말고 꼭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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