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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소쇄원- 1. 바라봄

by 소금눈물 2011. 11. 16.

 

06/02/2005 10:03 am공개조회수 1 0




다모의 나날 중에서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곳이 어찌 한 두곳이랴마는 시간이 되는 대로 그들의 자취를 따라서 추억을 더듬어 보려 합니다.
오늘은 소쇄원에 그려진 그들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다모에서는 이 곳은 좌포청의 후원쯤으로 설정되었지요.

소인의 다모는, 좌포청 선덕당, 좌포청의 사람들이 무예를 기르고 백성의 안녕을 책임지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운명을 거슬러 사랑을 꿈꾸었던 불행한 한 청년과 그 누이의 가슴을 찢는 재회는 제게 없습니다.

백성이 주인되는 세상을 꿈꾸었다는 남자, 그래서 그 억압의 하늘조차 베겠다던 포효는, 고작해야 자신의 사랑의 단절을 증거하기 위해 아무런 죄도 없는 여인네를 죄책감도 없이 단숨에 주살해버린 바로 그 밤에, 자신의 말과 꿈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허풍과 가증스런 겉멋이었는지를 증거해버리지요.

싸구려 영웅심과 고민과 눈물이 없는 혁명,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었다는 이가 자신의 변명으로 그 사람의 생목숨을 요절내면서 망설임도 변명도 없는 그 끔찍한 오만과 잔학함이 끔찍하고 구토가 나옵니다.

아니, 그 인성바탕의 성장 자체가 달라서였을까요.
풀 한포기조차 생명을 거두기를 두려워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평생 뼈에 새기고 올곧게 걸어간 그 한사람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그 무지와 추악한 욕심의 대비.

제게는 그를 위해 안스러워할 마음 한 조각도 존재치 않습니다.
인간에 대한 연민이 없는 혁명, 목적만이 존재하는 혁명은 소인은 저주합니다.



아름다운 정원이군요.
평화롭고 고아한 후원에서 바쁜 정사를 잠깐 미뤄둔 모처럼 맞는 여유가 흘러나옵니다.



정갈한 다모의 손끝이 아름답습니다.



한성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좌포청의 좌포청 영감과 종사관이 마주앉아 있습니다.
차를 따르는 다모는 그림자처럼 조용히 차를 냅니다.
오랜 무관 생활 끝에 건진 것은 다모의 차맛이라고 칭찬하는 포장영감.
천한 관비에게 내리는 말씀이 과하십니다.
그런데도 그 말씀이 벅차지 않고 따뜻하게 들리는군요.
아무래도 범상치 않아보이는 모습입니다.
흐트러짐 없는 저 세 사람의 모습은 좌포청을 지키는 세 기둥이겠지요.



다소곳하면서도 빈틈없이 단단해보이는 다모를 바라보는 종사관의 눈길도 평화롭고 따뜻해보입니다.
수하라기보다는, 차를 내는 다모라기보다는, 동료처럼 오누이처럼 함께 해 온 신뢰가 굳이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 고요함 속에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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