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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파라오 투탕카멘과 그의 아내 앙카시나몬

by 소금눈물 2011. 11. 3.

 




역사의 현장이나 대사회적인 의전, 또는 소소한 개인적인 추억을 기록할 사진이 없던 시대에 그림이나 조각은 그것들을 대신하는 사기(史記)였다.
때때로 옛날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자면, 화면에서 보이는 것보다 다른 뒷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끔 궁금해진다.

오늘 보이는 이 사진이 그렇다.
(사실은 나는 이 사진이 그림인지 아니면 신전이나 무덤에 붙어 있는 부조인지를 모른다. 그저 내 그림책속에서 오늘 나를 잡은 화면일 뿐이다.)
눈부신 황금색의 배경을 두고 웅장하고 화려한 젊은 왕과 그 왕을 어루만지는 젊은 여인의 모습이 있다.
왕은 차가운 위엄보다는 편안한 미소를 띠고 있고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인은 다른 시종의 시중이 없이 그의 지근에서 그의 다정한 누이처럼, 따뜻한 어머니처럼 보살핀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투탕카멘왕과 그의 아내다.
투탕카멘... 우리가 본 세계사책이나 미술책에서 이집트미이라의 그 황홀한 황금관 장식으로 먼저 떠오르는 비운의 왕.
불과 열 아홉살의 나이로 얼굴에 칼자국을 남기고 죽었다는 소년왕이다. (어떤 책에는 열 여섯, 혹은 갓 스물의 나이로 기록이 오간다).

한참 서남아시아근동과 아프리카 북부 신화에 빠져 보내던 시절, 트로이의 화려한 돌기둥장식만큼이나 나를 매혹시키던 음울하고 비밀스런 이집트의 신과 무덤이야기들.
그들은 살아서 이미 신이었고 죽어서는 끊임없이 그 깊은 잠을 도전당하는 불사였다.

 


흠.. 엿본김에 이 불운한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린 나이에 왕이 된 아메노피스4세의 후계자 투탕카멘(Tutangkhamen)은 성년이 막 되자마자 갑자기 숨을 거둔다. 실권을 쥐고 권력을 휘두르고 있던 나이 많은 총리대신 아이가 왕이 성장하자 권력을 뺏길 것을 두려워하여 왕을 살해한 것이다.
아이는 왕을 살해하고 왕비인 앙카시나몬을 협박해 그녀와 결혼을 하려고 한다.
그는 왕비와 결혼하여 그가 바로 왕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위험에 빠진 왕비는 적국이었던 히타이트의 왕에게 필사적으로 구원을 요청한다.
적국의 왕에게 그 아들을 보내어 자신의 남편이 되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남편의 그늘도 없고 사방이 간악한 그 총리대신의 휘하들로 둘러싸인 가엾은 왕비는 그러나 그 계획을 의심한 히타이트 왕의 거절로 실패로 돌아간다.
다시금 간청한 왕비의 편지에, 비로소 거대한 제국과 아름다운 왕비를 아들에게 물려줄 기회를 잡은 것을 안 히타이트 왕은 아들을 보내지만, 계획을 눈치 챈 아이는 그 왕자를 살해해 버린다.
가엾은 왕비는 결국.... 아이와 강제결혼을 하게 되고....그녀 또한 그녀의 불안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살해당하게 된다.

슬픈 이야기를 듣고서 그림을 바라보자면.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짧고 눈물겹게 소중한 찰나의 순간이었나 싶어 애잔해진다.

불쌍한 투탕카멘.. 불쌍한 앙카시나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