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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제목 모름- 하삼두

by 소금눈물 201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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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의 행복하고 따뜻한 단편들이 그랬다.

갯마을, 요람기, 머루,은냇골 이야기, 메아리...
따뜻하고 다정한, 아마는 우리 세대는 겪어보지 않았을 전후의 가난하고 평화로운 산골마을이야기들이 거기 있었다.
세상과 동떨어진 먼 나라처럼, 살구꽃피는 다정하고 평화로운 낙원...

이 그림을 처음 보는 순간, 참을수 없이 내 기억의 필름들은 그 오영수의 단편집으로 달려갔다.
조가비껍데기 같은 초가지붕 뒤란으로 반질반질 윤나는 옹기 장독대가 있고, 그 장독대 뒤로 앵두나무 가지가 오르고
소년은 마루끝에서 길고 달콤한 낮잠에 빠져 있고, 처마밑에서 누렁이도 잠드는 여름날.

경험해 보지 않았으면서도 선명하게 물그림이 지워지는 간접의 체험들이 사무치게 그립고 아련하다.

서로 다른 길에서 달리 만난 얼굴들은 이렇게 한 사람의 기억과 추억속에서 하나로 만나 묶여서 그리운 또 하나의 꿈을 불러온다.

아.. 그 시절 어디로 갔나..
방학책을 펴놓고 숙제를 하다 혼곤한 잠에 빠진 여름 한나절,
터울이 큰 언니들이 보다가 도시로 떠난 문학전집에 파묻혀 길고 긴 여름날을 그렇게 지치게 혼자 읽다가 잠이 들면, 꿈속에서 그 산골마을의 사람들이 낮은 산자락을 누런 황소를 끌고 지나갔고
잠든 귓가로 돌돌 흘러가는 개울물소리가 들렸다.

그림 한장이 불러온 세월이....너무 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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