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조각가를 가리키는 말은 "영원히 살아있게 하는 자"였다.
이 말이 암시하듯 이집트의 조각들은 단단한 돌과 쇠로 만들어져 인물들이 영원히 살 수 밖에 없게 만들어졌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것들은 환조는 아니다.
왜냐면 팔과 몸통사이의 공간들은 실제로 뚫려서 사면에서 감상이 가능한 게 아니라 예외없이 돌판이나 쇠로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정면시선만을 생각한 그들의 인물들은
또 기원전 2.3천년에 숨쉬다 갔던 인물들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헨리무어의 작품들이 그 이미지가 간략화되기 전에 미리 만들여졌던 전작인 느낌이 들 정도로 내 눈엔 언뜻 떠오른 느낌이다.
왕은 엄숙하지 않고 왕비도 두려운 경배대상의 얼굴이 아니다.
금슬 좋은 젊은 부부처럼, 떨리는 눈길이 아직 생생한 연인처럼 그들 사이에는 정이 흐른다. 돌속에 핀 미소고 사랑이다.
완강한 어깨와 단단히 쥔 주먹, 한 발 앞으로 뻗어 진취적인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젊은 왕과 그 왕의 허리를 감싼 젊고 아름다운 왕비의 사랑. 그들의 미소.
아름답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왕들의 조각상과는 확연하게 구별될 정도로 정감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군더더기를 모두 없애고 왕의 상징조차 생략하고 요란한 장식을 벗은 한 남녀의 맨 얼굴로만 드러낸 왕 부부.
그런데도 조촐하거나 약해보이지 않고 그런 장식이 차라리 부질없었으리라 생각될만큼 그들은아름답고 당당하다
그들의 영토에서 그들은 아낌없이 사랑받고 존경받았을 것이다.
손으로 그 어깨선과 머리를 더듬어 보게 싶을 정도로 그들은 생생하게 살아있다.
영원한 삶을 부러워해본 적이 없으되 그렇게 남은 이 생명의 흔적은 정말로 아름답다.
'그룹명 > 소금눈물의 그림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은 옷을 입은 여인- 모딜리아니 (0) | 2011.11.03 |
---|---|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된다 - 케테 콜비츠 (0) | 2011.11.03 |
인왕제색도- 정선 (0) | 2011.11.03 |
산가추색 (山家秋色) -이상범 (0) | 2011.11.03 |
소녀의 초상 (빅토리아)- 모딜리아니 (0) | 2011.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