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는 외형적으로는 별다른 풍파없이 순탄하게 살다 갔다.
노년에 종교재판에 회부된 적은 있었지만 궁정화가로서 그럭저럭 여유도 있었고 그의 이름도 일찌감치 드높았다.
그런데 고야의 그림을 들여다보자면 그의 내면에 얼마나 치열하게 갈등과 번민이 휘몰아쳤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일련의 궁정그림들과, 기괴하고 불안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신화그림들, 판화들은 그린 이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1810-1812년 경에 그려진 그림이다.
화면 아래로 놀라 도망치는 수많은 사람들과 가축들 위로 거대한 크기의 사람이 주먹을 쥐고 걸어가고 있다. 온전한 사람의 형상이지만 구름 같기도 하고 거대한 폭풍우 같기도 하다.
어찌나 큰지 구름이 그 사내의 허리 아래로 감돌 지경이다.
이 남자를, 그때 스페인을 침공했던 나폴레옹이나 전쟁을 상징한다고도 하고, 불안한 작가의 심리를 말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오늘 내겐 이 사람은 어떤 거대한 욕망, 사람으로서 가지는 근원적인 공포나 불안 그런 것으로 보인다.
개개인의 심중을 짓누르는 개별적인 갈등이나 불안일 수도 있고, 사회의 거대한 어두운 담론, 휘몰아치는 광기 그런 것 말이다.
이 무슨 광기같은 짓인가.
코미디 같은 세상, 혹은 민주라는 거대한 절대정의의 가치를 이용해서 나는 또 또 다른 언어적, 정서적 폭력을 나는 또 휘두르는 건 아닌지 나는 불안하다.
어쩔 수 없는 관념론자. 회색분자....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서, 너 아니면 나고, 내가 선이면 네 가치관은 절대 악이라는 이 끔찍한 구도도 거인으로 나타난다.
어떤 것도 관용의 대상이지만, 불관용만은 관용하지 말라고 했다.
목소리만 매서워지고 나는 관용을 잃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게 내 거인이다.
나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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