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일찍 절손님들이 붐비기 전에 들러보자고 일찌감치 대흥사로 올라갔습니다.
일주문부터 위용이 대단하군요.
고백하자면 이번에 가기 전에 저는 대흥사가 어떤 절인지, 아니 이런 절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불교도가 아닌 때문이었을까요.

서산대사의 부도도 있고 초의선사도 여기 모셔져 있고, 국사만 열 세분을 모셨다 하니 정말 굉장하군요.
대단한 분들이 여기 다 계신답니다. 오와~


어떤 게 서산대사의 부도일까.
마침 비질을 하고 계신 행자님께
"스님, 말씀 좀 여쭈어도 됩니까?" 하니 아는 척도 안하십니다.
무안해서
"말씀 못하시나보다" 혼잣말로 돌아서는데
비질을 멈추고 "무슨 일이신데요?"
췌~! 못들은 척 할땐 언제고.
암튼 높게 보았자 스무살 남짓 어려보이는데
"서산대사님의 부도는 어떤 겁니까?'
다시 모른 척.
"응..아직 모르시는가보다.." 씩 웃으니
얼굴이 샐쭉해져서는
"알아도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 - 하십니다. 하하~
에이~ 모르지 모르지~ 하면 얼굴 빨개져서 막 뎀빌 것 같은데 수행하시는 분을 놀리는 건 무례인 것 같아 그냥 나왔습니다. ^^

두륜산 품에 안긴 대흥사 대웅보전입니다.
지붕골이 참 가즈런히 곱습니다.

아직 이른 아침입니다.

대흥사는 제가 다녀본 절 중에 가장 크고 화려한 절인 것 같습니다.
단청이 참으로 범상치 않습니다.

저렇게 화려한 공포는 본 적이 없네요.
궁궐에서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다 예불 올리시는 분이 있어서 플래시를 터뜨리지 못하고 그냥 자연광에 찍었더니 사진이 흐립니다.
하지만 저 흐린 빛으로도 여의주를 문 용의 형용이며 부처상, 그리고 지붕처마 아래 서까래에 올린 단청의 화려함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말 가람건축에 대한 공부나 좀 하고 올 걸.
홀린 듯이 무작정 단청만 찍어내는 군요. -_-;

날렵한 지붕선 끝이 새벽을 들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화려한 종각 보셨어요?

신라시대때 세워진 탑이라는데 참으로 단촐하고도 날렵하게 뻗었습니다.
허리가 늘씬한 미녀를 보는 것 같군요.
군더더기 없는 빼어난 아름다움...

다시 단청입니다.
공포에서 서까래까지 빼곡하게 단청이 들어찼네요.

절을 올리던 분들이 마침 나가신 틈을 타서 얼른 내부를 찍었습니다.
원래 법당은 사진찍는 게 아니랍니다.
이 사람의 무식과 무례를 본받지 마소서.


저렇게 화려한 단청천장은 저번에 경복궁 근정전에서 보고 처음입니다
용에다 봉황까지 날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듣기로는 단청은 궁궐과 절, 그리고 나라의 건물에만 쓰이는데 그것도 각개별로 차별을 두어서 사용할 수 있는 색의 한계가 있다고 들었는데 절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하였겠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제 앎이 워낙에 좁기도 하지만 아무리 대찰이라 해도 저렇게 호화로운 단청은 본 적이 없네요.
고래(古來)로부터 있던 것인지 새로 올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문살도 화려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대흥사는 화려하게 치장하고 온갖 떨잠을 다 올리고 스란치마까지 둘러입은 성장한 여인네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침해가 비치기 시작하는 연못.
큰 절이니 전각도 많고 문화재도 많을 것이나 갈 길이 바쁘고 준비안된 이라 사실 그냥 보면 그 전각이 그 전각이고 그 부처님이 그 부처님이실 것 같아 그만 하렵니다.
사실은 사진기의 배터리가 날랑날랑하고 있거든요.

대흥사에는 왕벚나무 자생지가 있다네요.
꽃이 피게 되면 다시 들를까 생각하며 돌아나옵니다.
일주문까지 열심히 비질을 하는 스님들께 고개 숙입니다.
스님, 성불 하세요 (__)

숙소인 유선관으로 내려오니 아침상이 나옵니다.
7000원이라네요.
정갈하고 맛도 입에 맞습니다.

주발 뚜껑을 보니 인간문화재가 만든 거라네요.
이런 밥그릇에 먹어도 보는군요 ^^;
어지간히 돌기도 했고 휴가도 저물어 갑니다.
이젠 올라가는 길만 남았습니다.
가기 전에 목포 남농미술관에 들르는 것이 이번 여정의 마지막 이네요.
따라오시느라 피곤하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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