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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길에 서서

우울한 날의 산책

by 소금눈물 2011. 11. 13.

04/17/2005 07:31 pm공개조회수 0 11





새벽에 일어나 즐겨찾기를 정리했다.
정이든, 미움이든 나를 위로하기도 하고 괴롭게도 했던 인연들을 잘라내는데 눈물이 났다.
쉽지 않다. 이 인연도...






빛이었고 때로 짐이었던 것들....
내게 또 하나의 세상이었던 곳...






필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고, 만나면 다 헤어지는게 또 그 인연이라 했다.
그런...것이었으리라. 거기까지만 생각하자.



볕이 좋았다.
그늘 의자에 앉아 신을 벗고 가져간 책을 읽다보니 숲은 고요했다.
이따금 마른 삭정이가 바람에 흔들렸다. 졸음이 왔다.




멀리 있는 벚나무에서 날아왔나 보다.
바람에 날아든 꽃잎...
그립다. 아직은...



그래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언덕을 내려오며 생각하다.
미워하지 않고 헤어지는 일은 쉽지 않지만,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손을 흔들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미안하게도... 정말 미안하게도 먼저 일어나버렸으니 그 죄스러움은 두고두고 남겠지만....






우리 각자가 꽃의 얼굴이었던 때를 생각하자.
그것을 감사하게 생각하자.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뛰놀던 아랫동네의 아이들.
발갛게 상기한 볼에 땀냄새가 나는 웃음.
꽃이 다만 꽃 뿐이랴.










지천이 꽃이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꽃의 이름은 한심하도록 가난하다.





꽃보라 속의 제비꽃.
마당이 하얗다.
피어서 눈부시고, 져서 처연하게 아름다운 꽃잎의 자태.










이름을 모르는 잡초이던, 나무그늘의 제비꽃무리던, 냉이꽃대궁이던, 빈 산수유가지던, 복사꽃 고운 얼굴이던, 뱀딸기꽃 화환이던 자기 색깔로 아름다운 꽃자리.



자기꽃의 때가 아니어도 꽃비를 맞고 서 있는 저 배경으로도 아름답다.



겉보기가 아직 앙상한 이 숲에 이토록 어여쁜 얼굴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04/17/2005 07:31 pm공개조회수 0 11





새벽에 일어나 즐겨찾기를 정리했다.
정이든, 미움이든 나를 위로하기도 하고 괴롭게도 했던 인연들을 잘라내는데 눈물이 났다.
쉽지 않다. 이 인연도...






빛이었고 때로 짐이었던 것들....
내게 또 하나의 세상이었던 곳...






필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고, 만나면 다 헤어지는게 또 그 인연이라 했다.
그런...것이었으리라. 거기까지만 생각하자.



볕이 좋았다.
그늘 의자에 앉아 신을 벗고 가져간 책을 읽다보니 숲은 고요했다.
이따금 마른 삭정이가 바람에 흔들렸다. 졸음이 왔다.




멀리 있는 벚나무에서 날아왔나 보다.
바람에 날아든 꽃잎...
그립다. 아직은...



그래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언덕을 내려오며 생각하다.
미워하지 않고 헤어지는 일은 쉽지 않지만,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손을 흔들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미안하게도... 정말 미안하게도 먼저 일어나버렸으니 그 죄스러움은 두고두고 남겠지만....






우리 각자가 꽃의 얼굴이었던 때를 생각하자.
그것을 감사하게 생각하자.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뛰놀던 아랫동네의 아이들.
발갛게 상기한 볼에 땀냄새가 나는 웃음.
꽃이 다만 꽃 뿐이랴.










지천이 꽃이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꽃의 이름은 한심하도록 가난하다.





꽃보라 속의 제비꽃.
마당이 하얗다.
피어서 눈부시고, 져서 처연하게 아름다운 꽃잎의 자태.










이름을 모르는 잡초이던, 나무그늘의 제비꽃무리던, 냉이꽃대궁이던, 빈 산수유가지던, 복사꽃 고운 얼굴이던, 뱀딸기꽃 화환이던 자기 색깔로 아름다운 꽃자리.



자기꽃의 때가 아니어도 꽃비를 맞고 서 있는 저 배경으로도 아름답다.



겉보기가 아직 앙상한 이 숲에 이토록 어여쁜 얼굴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무겁게 올라갔던 발걸음을 위로받으며 내려오다.
마음 속의 짐은 후일의 추억으로 묻으며, 잊음이 쉽기만을 바랠 뿐....


무겁게 올라갔던 발걸음을 위로받으며 내려오다.
마음 속의 짐은 후일의 추억으로 묻으며, 잊음이 쉽기만을 바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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