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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풍죽도 그림 이야기

20. 묵란도

by 소금눈물 2011. 11. 11.

09/27/2011 08:09 pm공개조회수 2 0





얼핏 보아도 참 아름다운 그림이지요?
석파 이하응, 바로 흥선대원군이지요.
흥선대원군의 묵란은 아주 유명합니다.

우리에게야 이하응은 조선의 파란만장한 마지막을 만든 인물 중 하나인, 쇄국정책의 그 꼬장꼬장한 할아버지 이미지지만 묵란에 이르러서는 추사도 압록강 동쪽에 이만한 작품이 없다고 감탄했다는 당대 최고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양 면과 아래에 괴석을 두고 그 사이에서 부드럽게 피어나 휘어진 난을 보노라면 절로 터지는 감탄이손에잡힐 듯눈에 감기는 비단의질감인지 그 비단에 꼭 어울리는 이 난초의 유연한 몸짓인지 알 수 없습니다.

석파가 칠십 삼세에 이르러 남긴 대작이라는데 조금도 손의 떨림이 느껴지지 않지요? 괴석 사이로 이리저리 굽어지고 또 저들끼리 휘어 스스로 나비가 된 꽃잎이 한창 절정의 아름다움입니다. 어쩐지 그 대단한 성정의 대원군이 연상되지가 않아요. 비단 치맛자락을 손으로 흘려 감싸쥐고 요요하게 걸어가는 여인의 모습까지 생각납니다. 화폭의 부드러운 색과 질감에담묵으로 말갛게 그려나간 꽃들을 보니 그런 주책없는 생각까지 하고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창에게 이 날은외롭고 슬픈 날이었습니다.
행행에서 마주친 헌과 수현.
하지만 그것은 조금도 반가운 만남이 아니었지요.
그토록 따뜻했던 할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차가운 거리를 두고 전하는 헌을 봅니다.
처음부터 마음을 주고받는 이들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멀어진사이.훤칠하고 당당한 젊은 문관이 된 두 사람을 멀리서 바라보며 더부살이 신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스스로의 처지를뼈저리게 깨닫지요.

한 없이 아름답고 빛나는 두 청년의 모습, 비단폭에서 반짝이는 난처럼 아름다운 그들을 보는 창을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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