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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풍죽도 그림 이야기

19. 묵죽도

by 소금눈물 2011. 11. 11.

 

09/26/2011 08:38 pm공개조회수 0 0






파란만장한 한국 근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으며 살다 간 고암 이응로의 그림입니다.
동백림사건으로 끝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이국에서 눈을 감은 노화가가 그린 묵죽도.
지금까지 <풍죽도>에서 만났던 섬세한 잎과 바람 앞에서 그 아름다운 기세를 보여주던 대(竹)들과는 좀 다른 묵죽이지요? 대나무 몸통은 생략해버리고 삐쳐나온 잎들이, 이후 문자추상으로 이어지는 고암의 작품세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임오화변은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슬픈 왕자이기도 했던 사도세자. 왕재를 꺾으려는 이들과 지키려는 이들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부딪치는 피바람에 죄 없는 이들이 죽어야 했지요. 세상 누구도 알 수 없는 비극을 가슴에 묻고 어쩌면 적일 지도 모르는 임금을 지키고, 또 자신의 누이를 죽게 한 이의 아들을 보고 있어야 하는 병방. 고고하게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지키는' 묵죽이 아니라,아무도 알지 못하는 가슴 속의 한을 묻고 묵묵히 걸어가는 이승필의 마음을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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