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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풍죽도 그림 이야기

4. 호취도

by 소금눈물 2011. 11. 11.

 

12/08/2010 11:09 am공개조회수 0 0





오원 장승업의 호취도입니다.
우리나라 매 그림 중에서 가장 잘 그려진 작품이라지요?

단원 김홍도, 현동자 안견과 더불어 조선 3대 화가.
그리고 단원, 혜원에 이어 삼원으로 불리는 오원 장승업.

태어나면서 이미 이름난 화가의 가문이어서 어려서부터 그림수업을 받을 수 있었던 두 사람에 비해 어려서 부모를 잃고 떠돈 오원은 무반의 자손이라는 말도 있고 한미한 중인집안 사람이었다는 말도 있지만 그의 그림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때는 이응헌의 집에서 일하던 하인이었다지요.

눈 밝은 주인의 눈에 띄어 붓을 잡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당돌함과 호방함이 산수, 문인화,기명절지화,화조도에 이르기까지 두루그림에 따를 자가 없게 대단했다 합니다.
임금의 안전에서도 그림을 그렸던 영광을 얻었으나 답답한 궁궐이 싫어 수차례 도망질을 쳤다는 일화가 있지요.
오원에 대한 이야기는 몇 해 전 영화 <취화선>에서 최민식의 열연으로 나왔지요.

옛날,당대 맞설 이가 없었다는 이 명장들은 그러나 하나같이 그 말년이 없습니다. 한다하는 권세가 사대부들이 제 이름을 후대에 옳게 기억되게 한 이가 몇일진대 그러나 그들을 누르고 후대에 별로 찬연히 남은 이 위대한 예술가들은 그러나 당대에는 그저 아무리 빛나도 보잘것없는 화공의 신분이었으니 그 마지막까지 기록하고 존경받지는 못한 거지요. 화공의 처지에서 제 이름을 새긴 그림이나마 남길 수 있었다니 그게 슬픈 한계였을지도...

화면 왼쪽 든든한 나무둥치를 기둥으로 두고, 휘어져 꺾인 두 가지에 매가 앉아있네요.
仁 자 구도로 보여지지 않나요?
세로로 뻗은 기둥에두 가지로화면을 상하로 양분하면서 아래서 올려다보는 매는 몸을 비틀어 위쪽을보고 있습니다. 위에 앉은 매는 좀 더 역동적이지요? 나뭇가지를 넓게 꽉 잡고체중을 아래로 잔뜩 기울인 모가지에실은 품이 금세라도 날개를 펴고 아래로 확 날아내릴 것만 같습니다.

두 마리가 앉은 가지도 거기앉은 매처럼닮은 꼴입니다.
좀 더 굵고 든든한 아랫가지가 균형을 잡고 있다면 윗가지는 하늘로 치솟다 급하게 내려삐치면서 다시 허공으로 뻗고 있습니다.

격한 호선이 마치 그 가지에 앉은 매의 성격을 꼭 닮은 것 같습니다. 거기에 나무 둥치에 뻗어나와 삐친 우듬지나나뭇가지들도 화살촉처럼 날카롭습니다. 이리저리 거칠게 휘어진 가지나매 몸통의부풀어오른 깃털들,활발하고 격동적인 매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딱 마춤입니다.

하늘의 제왕이랄 수 있는 두 매의 용맹함이 저렇듯 살아있으니 저매가 날개를펴고 하늘로 날아오른다면 땅 아래 미물들은 벌벌 떨고 몸을 숨기기게 정신이 없을 거예요.

어느 누구에게도 속박되기를 거부했고 거침없이 살았던 오원의 기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원은 술에 취해 그림을 그리는 일이 잦은 고로, 취한 상태에서 그려진 그림은 아주 좋거나 혹은 아이들것처럼 아주 졸렬하거나 극단이어서 과연 한 사람의 그림인가 싶은 작품이 많다네요. ^^;

오원의 마지막을 아는 이는 없지만 이후 조선은 그의 그림 화풍을 이어받아조석진 안중식 노수현 이상범등의 쟁쟁한 화가들로 조선말과 현대 한국화를잇는 화단을 이루게도 합니다.


<풍죽도>에서 이 그림은 야뇌 백동수를 만나는 창, 그리고 창의 어린 시절의 배경입니다.
야뇌 백동수, <풍죽도>에선 그저 스쳐간 이름이 되어버렸지만 정조의 가장 든든한 무관이었으며 백탑파의 젊은 학자들의 아름다운 벗이었던 그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요.

호취도만큼 백동수에게 어울리는 그림은 없을 거예요.
언감생심, 창이 그처럼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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