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강재씨, 미주씨...
온 세상이 하얀 눈빛으로 덮인 밤.
별도 달도 눈을 감고
아무도 모르는 당신들만의 크리스마스 이브.
온 세상의 가난하고 슬픈 인연들에
메리 크리스마스...
진수선배가 초대한 강재의 레이싱.
크리스마스 이후로 이제는 선명하게 남자와 여자, 그 즉물적 관계로 마주서게 된 두 사람.
장난처럼 걸었지만, 미주의 반응은 강재보다 더 솔직하고 한발 더 나가버립니다.
손을 잡고 키스까지 한, 서로에게 뜨거운 애정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옷을 갈아입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선언.
하지만, 아직 두려움과 떨림이 더 큰 강재가, 견딜 수 있을까요?
짐짓 용감한 척, 통달한 척 질러버렸지만, 미주에게도 이 상황과 마음은 어렵나봅니다.
근데 말이지요.
레이싱카 안전벨트가, 좀 독특하긴 하더만요.
그렇지요? ^^;;
윤선생, 윤미주씨, 의사선생.
하두목, 하강재씨, 키싱구라미보다 못한 자식, 두목님.
참 호칭도 다양했군요.
오늘 미주는 새롭게 불리워집니다.
미주야.
이 여자분이 전화번호를 묻는데, 가르쳐줘도 될까?
번개를 맞은 듯 멍했던 미주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아 이제 이렇게 호칭의 무게를 덜면서, 그만큼 둘은 가깝고도 친밀한 관계로 변했군요.
늘 도망다니고 두려워했던 세상사람들에게, 이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할 수 있는 자격을 서로에게 부여합니다.
연인의 이름으로 말이지요.
즐거웠던 나들이의 끝.
강재네 팀의 마스코트인 모자를 두고와버렸어요.
모자를 찾으러 강재의 호텔방으로 함께 들어온 두 사람, 벽에 걸린 미주의 사진을 보고 경악하는 유진을 마주칩니다.
즐거운 여운이 아직 가시기도 전, 뺨을 맞듯 느닷없이 마주친 외면할 수 없는 사실.
두 사람에겐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었습니다.
상처를 받았을 미주를 위로하려고 찾은 강재씨.
무릎을 꿇었다구요...
목숨을 몇 번이나 위협을 당하면서도 결코 누구 앞에서 무릎을 꿇어본 적 없다는 이 사람이, 자신에게 오기 위해 무릎을 꿇고 빌었다는 말에 미주는 가슴이 울컥해집니다.
유진이 때린 뺨보다, 그런 강재의 모습을 생각하며 가슴이 더 아픕니다.
다시는... 나를 위해서 무릎을 꿇지 말아요...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죄지만, 당신 혼자 무릎 꿇지 말아요...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아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지척에서 모시던 조직의 보스, 그가 아버지였답니다.
어머니를 그렇게 죽게 내치고, 고아원에서 자란 자신을 옆에 두고 깡패로 만들었던 그가 아버지였답니다.
걷잡을 수 없는 충격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달려온 신도.
미주의 얼굴을 보며 비로소 숨을 쉬는 강재.
하지만...
자신때문에 유진이 아기를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미주.
아이처럼 수줍어하며 자신을 맞는 강재에게,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해야 하는 말이 있는데... 정말 스스로도 입에 올리기 무섭고 떨리는 말이지만... 그래도 견뎌야 하는 말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