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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연인의 마을

떠나요 엄마

by 소금눈물 2011. 11. 10.







무엇을 바라고 나 살아왔을까.
지긋지긋한 다방레지.
억지로 마셔대는 커피, 담배연기들
찌들어가는 젊음이 끔찍하게 싫었다.
누군가 그 수렁에서 건져주기만 한다면 나는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었다.

돈만 있으면 나는 다 될줄 알았다.
손가락질하는 시선들
사람같이 안보던 그 조롱들
눈을 감았지만 가슴은 찢어졌다.

기회가 왔을때 나는 주저없이 잡아버렸다.
양심, 가책, 사랑.. 나는 두려울 것이 없었어.
벗어날 수만 있다면,
뱃속에 든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천국의 계단은 바로 내 눈앞에 있었고
하늘이 준 기회였다.

누군가를 사랑했던가
이제는 기억에도 희미하다.
젊었던 날의 옛사랑의 그림자 따위는 나는 돌아볼 여지가 없었다.






행복할 줄 알았다.
비싼 옷을 입고 보석을 걸치고
돈 많은 여자들이 그렇듯이 돈을 주고 나를 꾸미고 돈의 힘으로 사람을 부리면
나는 그런 여자들이 될 줄 알았다.

그랬던가.
행복했던가.
부질없는 소리라고, 그까짓것 아무짝에도 쓸데 없는 개소리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였지만
나는 늘 배가 고팠다.

나를 돌아봐주지 않는 사람.
사랑으로 다가간 사람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내게 뒷모습 뿐인 남편.
나는 어느새 그가 고팠다.

나 좀 봐 달라고 끊임없이 앵앵거리고 강짜를 부리고
그래도 봐 주지 않는 남편에게 지쳐갈 무렵
그가 왜 그렇게도 냉정했는지를 알았다.
밥숟가락 놓은 지 오랜 년에게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머리채를 잡고 얼굴을 쥐어뜯어도 산 계집에게 할 짓이지
죽어서 가슴에 산이 되어버린 년을 어쩌란 말인가.

미웠다.
나를 볼 때마다 뱀을 보는 것 같은 그 눈빛이 몸서리가 쳐졌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왜 그랬는지.
그 년이 아니라도 나는 죽어도 안되었던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이제 다 알아버렸는데
남은 것은 추락하는 것 밖에 없는데
왜 이제서야 나는 이렇게 쓸쓸해질까.

바람난 유부녀...
다 뺏기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하는게 죽기보다 싫지만
이제는 그 불같던 욕망도 허전하다.

내가 저지르려는 일이
왜 이제서야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까...





내 아이.
개같은 인생에서 내가 건진 단 하나의 보물.
어디서 돌팔매가 날아오더라도 이 아이만은 나를 사람으로 봐주었는데.
세상에서 내 편이 되어줄 유일한 아이였는데.





세연아...





그래.
백날을 봐도 이런 그림 같은게 내 눈에 들어올리 없어.
어차피 웃기는 짓인 거 알아.
이따위가 위로가 될 수 없는데.
이런데 다니면서 사모님 소리를 듣고 싶었던 허영이었던 거 나도 알아.





무슨 말이니. 너 지금!





떠나?
미국으로?
너를 위해 지금까지 왔는데 네가 다 버린다고?

세연아.
어떡하니.
엄마 어떡하니.
엄마가 저지른 짓에 네가 받아야 했던 상처를 엄마 어떡하니.

이제 한 고비만 넘으면 다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게 다 네거였는데.
떠나... 여기서...






그럴까.
정말 그럴까.
네가 그런 것들이 필요없다면
나도 필요없어.

어차피 지긋지긋한 땅이었어.
무슨 미련 따위가 있어서 매달린 게 아니었어.


우리.. 정말 떠날까.
여기 그만 버려버릴까.

그까짓 돈이야, 재산이야
그렇게 끔찍하게 얻은 새끼한테 다 주고 그냥 살아버리라고
아버지한테 다 주고
우리끼리 그냥 갈까.

엄마 어떡하니.
엄마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네가 알면...그게 너무 무서운데.

어떡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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