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
사랑이 다시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죽을힘을 다해 오던 그 마음을 이제 놓쳤다고 생각하며
남아있는 시간의 아득함, 남은 모든 날들은 그저 막막함일 뿐이라고 짐작하며
하강재
문을 닫다
더듬거리며
장님처럼.
공포같은 생의 남은 시간을 바라보며
웅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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