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대충 소파에 구겨 앉았다.
담배를 꺼내다보니 잡히는 것은 빈 갑 뿐이다.
이런 제기랄...
항상 이런 식이다. 늘 한발 늦거나 먼저 지나간다.
강선생이 남긴 담배가 있나 책상을 뒤적이다 포기한다.
없다.
웃음이 나온다.
...그래...나는 언제나 그랬다. 담배 한 개비조차 내게 쉽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오늘....
그 여자를 보냈다.
이상하게 생각만큼 아프지 않다.
나는 담담하게 그녀의 몸이 화구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고 분골이 되는 것도 지켜보았다.
쓸쓸한 장례였다.
얼굴이 굳은 한 사내와 나.....둘 뿐이었다.
영결식장에서 인도받아서 장지로 가는 내내 한 마디도 없이 창 밖만 바라보던 그 사내.
유골함을 받아 들고 잠시 먹먹하게 서 있던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커다란 구멍이 뚫는 듯한 눈빛이었다.
미소를 지으려는 듯 입가를 일그러뜨리던 그 남자는....
끝내 말을 꺼내지 못하고 손을 내밀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이었다.
고맙.....이라고 할 것처럼 입술을 잠시 벌리던 남자는....
말을 잊은 듯 멍하니 서 있다가 힘없이 악수를 풀었다.
혼이 빠져나간 눈빛이었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는 것이 그게 전부인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도 말라붙어 있는 얼굴이었다.
마른 삭정이 같은 몸이 삽시간에 무너질 것처럼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그가 옷을 입은 게 아니라, 그의 검은 코트가 그를 입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 볼 자신이 없어 나도 돌아섰다.
나는....이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그에게서 떠났지만 나로부터 떠난 것은 아니다.
나에게 머물러 있던 적이 없었으니...그녀가 나를 떠난 것은....아니다....
빗줄기는 거세져 있었다.
화장장 화단에는 늦게 피었다가 지는 황국이 고개를 꺾고 비에 젖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