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바쁜 아침이었습니다.
아침나절에 세군데를 돌아보고 서둘러 공항으로 가야 저녁에 인천에 도착해야겠지요.
거기서 다시 대전으로 가야하고..
오늘은 무쟈게 바쁩니다.
드디어 이 여행의 최종 목적지, 니조성으로 왔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603년 교토궁궐의 수호와 천황방문시 장군의 숙소로 만들어졌답니다.
그 시대의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있고 그 당시의 회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으며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되어있지요.
궁성이었던만큼 여기도 역시 해자가 성벽을 두르고 있네요.
니조성에 대한 설명은 거기서 받은 안내문을 참조하겠습니다.
여긴 <반쇼>인것 같네요.
에도로부터 파견된 무사들이 경호를 하면서 근무했답니다.
그러니까 당번병들이 머무르는 곳이죠.
역시나 깔끔한 성의 내부.
자못 위압적인 문이지요?
히메지 성에서 본 장수의 투구가 연상되는 지붕이군요.
기둥에 비해서 크고 무거운 모자를 쓰고 있는 듯한, 처음 들어가는 이에게는 기를 죽이려고 작정을 한 듯 위압적입니다.
슬쩍 어깨가 눌리는 기분 ㅜ.ㅜ;;
검은 기둥의 금박장식이라...
이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저바 저바~
얼핏 보아도 역시나 비례를 무시하고 내리누른 지붕의 무게감..
여긴 국보로 지정된 니노마루랍니다.
모모야마시대의 무가풍 서원의 대표적인 것으로 마차 주차소랍니다.
안에는 이런저런 장식도 있고 그렇다는데 별로 흥미를 못느껴서인지 휘릭 둘러보는 것으로 쫑~
역시나 어딜 가든 지붕선만 보고 다니는 소금눈물 ㅜ.ㅜ;;
날카로운 일본도가 떠오릅니다.
섬세하고 군더더기 없는 지붕선.
이런 저런 장식이 없이 딱 자르게 깔끔한 것이, 文의 향기보다는 武의 간결하고 세련된 면이 보이지요?
성의 니노마루 궁전이 보입니다.
무장의 성이어선가 군더더기 장식같은 것은 도무지 없고 지나치게 간결하다싶게 말끔합니다.
니노마루 궁전(궁전이라고 치기엔 너무나 작아서 무슨 넓은 전각 같았다우)의 회랑 복도.
요기는 우구이수바리라고 하는 마룬데요. 마루판을 밟으면 꺾쇠가 위아래로 움직이고, 꺾쇠와 못의 마찰음이 마치 새소리처럼 삐걱삐걱 납니다.
이 소리는 외부의 침입을 감지해서 즉시 반격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라네요.
내부조직원조차 믿지 못하는 권력...
바깥정원이 보이는 복도는 이렇게 빛이라도 들어오지만 ㅁ자로 돌아가는 안쪽으로 가면 빛도 들어오지 않고 컴컴합니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삐걱삐걱 마룻장 울리는 소리...
여기서 그 시대의 어떤 저격자는 몰래 들어와서 주인을 죽이기를 원했을테고, 그것을 경계한 이들은 사방에 무사를 두고 밤을 지켰겠지요.
사실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곳인데 생각없이 사진기를 들었다가 지키고 있던 이에게 호통을 들었습니다.
아니 살살 말해도 알아듣는 것을 왜 소릴 지르고 그랴!!
(물론 그런다고 안찍은 것도 아니지만. 췟! 별것도 아니더구만~!)
저 복도 안쪽의 방에는 그 시대 최고의 화가였다는 가노단유가 그린 벽화가 있던데 그 그림때문에 그랬나봅니다.
역시나 지붕선은 그냥 깎아놓은 듯이 말끔합니다.
잠깐 우리 지붕선과 비교해 볼까요?
우리나라 신라시대에 지어진 고한 정암사 적멸보궁의 지붕선이네요.
지난 가을에 답사갔다가 찍은 것입니다.
크지 않은 작은 전각이지만 우리의 지붕선 특징이 보이는 듯 싶습니다.
살짝 치켜든 버선코처럼, 부드럽고 날렵하게 들어올린 선이 부드럽고 우아합니다.
저 선을 두고 시인 도종환님은 아름다운 직선이라고 표현하셨지요.
낱낱의 목재로 보면 분명히 직선인데 그 직선이 이어져 만드는 곡선의 아름다움.
부드럽고 유연한 선이 요란한 장식이 없이도 그 자체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되고 있습니다.
니노마루 정원이랍니다.
크지는 않지만 아늑하고 아기자기합니다.
남방의 목재는 오래되면 저렇게 검게 변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 변하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걸까요?
객의 눈에는 도무지 어둡고 음침하게만 보이네요.
혼마루 궁전으로 가고 있습니다.
비온날의 정갈한 길.
일본의 유적지에서 느낀 것은 한결같이, 깨끗함, 깨끗함.. 그런 것이었습니다.
시멘트를 사이에 바른 것도 아닌데 모자이크처럼 촘촘하고 말끔한 성벽이군요.
성으로 들어가는 길.
음 ;; 다스베이더투구 지붕.
성밖으로 나오는 길입니다.
이게 다 각지의 유명한 돌들로 만든 성벽이라네요.
크기는 일정하지 않은데 큰 돌은 정말 큽니다.
저 성을 쌓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역을 해야 했을까..
문득 그런 궁금증이 듭니다.
옆에서 보면 성벽의 사선이 깨끗하지도 않고, 돌도 정리가 다 안된 듯 보여요 ^^;;
일부러 그랬겠지요?
으 ;;사진이 음써졌당 ;;
니조성에서 느낀 점 하나가, 그 정원의 나뭇가지들을 보고였습니다.
가느다른 몸치에 이리저리 구부러져 비틀어진 검은 나뭇가지들을 보고, 일본민화나 만화에서 자주 보는 괴수의 원형을 알아차렸습니다.
역시나,, 그 문화는 그 자연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일상에서 보는 자연의 모습에서 그들은 기괴하고 음험한 그 나뭇가지의 혼을 생각했고 거기에서 불러내는 것들이 그 민화나 만화에서 보여지는 것이었을 겁니다.
이 다음부터는 정신없이 호텔로 가서 가방을 찾고, 뛰다시피 기차와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공항으로 담박질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여행기는 디따 길었지만 정작 여행은 그리 길지 않았던 촌사람의 첫 바깥나들이는 끝났습니다.
가을쯤에 다시한번, 이제는 큐우슈우 지방으로 돌아볼 예정입니다.
부지런히 모아야겠네요..
자자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여행기 읽어주신 분들
이십원씩만 부디 찬조 바랍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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