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절은 보통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 지나고 본전인 대웅전 만나고.. 대충 이런 식 아닌가요?
도심에 있는 절을 가본적이 없어서 산사만 생각해서 그런지 일본절의 배치나 양식은 우리와는 많이 달라보입니다.
일주문이라고 해야하나, 절문을 들어서니 이렇게 나무를 잘 가꾸어놓은 입구가 골목처럼 나오네요.
먼지 하나 없이 아주 깨끗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고찰이라기보다는 유서깊은 양반댁같은 조용하고 정갈한 절이네요.
가랑비가 오는데다 아침 일찍이라 관광객만 몇 보일 뿐 아주 조용하고 깨끗했습니다.
권력자의 사병노릇을 하기도 했던 일본의 절은 그래서 그런지 유력한 장군이나 영주들이 개인적으로 쓰기 위해서 지은 것이 많답니다.
이 절도 어떤 장군이 지었다나, 암튼 그런 말이 있더군요.

저 집은 국보로 지정된 곳이라는데, 우리네의 대웅전이나 뭐나 그런 개념은 아닌 것 같고..
일본절은 돌아보아도 잘 모르겠더군요.
아참, 저 앞의 하얀 모래가 유명한 거라네요.
흐트러짐 없이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데 이 절이 원래 돌과 모래로 장식해놓은 무슨 형식의 정원양식으로 유명하다는데
너무 깔끔해서 인공적인 느낌이 나네요.
하긴.. 관광객 수만큼이나 정원사들이 보이더군요.
정원을 인공적으로 구부리거나 변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물길과 바람길을 이용해서 산그림자를 끌어드리고 거기에서 안빈낙도함을 멋으로 알았던 우리와는 정서가 다른 것 같습니다.
내 마당으로 일부로 끌어오지 않고 열어놓고 놓아두어서 아름다움을 구현했던 우리와
철저하게 조각하고 변형하여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본.
고유의 건축선에서 보여주는 그 차이, 곡선과 직선의 다른 미학처럼 그렇게 비교되고 느껴집니다.


푸딩같은 원뿔기둥.
역시 모랩니다.
근데 요가 머여?

무로마치시대 요시사마가 지었다는데 이게 그 주인공이에요.
원래는 금각사를 의식해서 은칠을 하려고 은각사라고 붙였다는데, 주인공이 건물을 다 중수하기도 전에 죽고 돈도 없어서 은칠을 못했답니다.
사실 은각사는 건물보다는 저것을 둘러싼 정원이 어우러져서 더 아름답더군요.
퇴락한 처마가 우중충하게보이지만 정말 열심히, 진짜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은각사는 흔히 비교되는 금각사보다 정원이 아기자기하고 이쁩니다.
절이라기보다는 잘 관리된 정원을 갖고 있는 오래된 집같은 느낌이에요.
우리의 화엄사나 쌍계사 같은 걸 생각하면, 이 절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니 솔직히는 국력이 그쪽에도 크게 좌우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여행을 하면서, 내가 참 일본을 의식하고 혹시라도 못난 열패감에 사로잡혀있어서 끊임없이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없다고는 못하겠지요.
별스럽지도 않은 것을, 무슨 이름이라도 붙여서 유적으로 만들고 섬세하게 관리해서 후손에게 주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저런 유물들이 자기네의 고유한 문화로보다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흉내내어 지어놓고 감탄하는 걸 보면 솔직히 좀 그렇기도 하고...
관리를 잘 하는 것, 그것을 잘 지켜서 남기는 자세는 본받을 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유물 대부분이 노략질 당해서 이나라에서 먼지를 먹고 있는 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아픕니다.

연못에서 놀고 있는 잉어들.

저 묘판에 있는 것은 이 정원에 있는 이끼들의 종류입니다.
한겨울인데도 저 각각의 이끼들로 인해서 겨울느낌이 안나고, 그렇다고 봄도 가을도 아닌 묘한 계절처럼 보이더군요.
저 이끼들을, 허리를 구부리고 쪼그리고 앉아서 일일이 손질하고 있던 정원사 아저씨...

까치밥이었던가..
아무리 날이 푹하다고는 해도 겨울풍경은 아니지요?
절에서 뒷산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입니다.

사람의손길이 꼼꼼하게 간 흔적이 보이지요?
이 길을 타고 주욱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는데 그것까지 볼 마음은 안나고
(절이 크지 않고 이미 돌아본 곳이 전부라) 갈 길도 바빠서 여기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절을 둘러싸고 있는 대나무울타리.

체험학습을 나왔는지, 입구에서 학생들이 표를 끊고 있었어요.
키큰 생나무 울타리가 참 아름답습니다.
사실은 사진에서 보이듯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막 가게문을 여는 은각사 앞의 상점들.
깔끔하네요 정말.
우리의 관광지에 가면 어느 지역이나 별다를 것 없이 똑같은 물건들이, 그것도 거의 플라스틱 중국제 장난감 같은 것이 태반인데 각 지역의 특산물이나 일본특유의 문화상품으로 저렇게 진열해놓고 파는 모습이 정말 좋아보였습니다.
아 우울해..

비가 부슬부슬 내리네요.
이제 금각사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