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며칠 갔다온 여행을, 아무래도 눈 내릴 때까지 울궈먹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듭니다.
그새 기억도 가물가물~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뭘 먹었는지도 다 까먹게 생겼는데 말이지요.

옵션 없다는 상품이었는데 쑤저우(소주) 운하 유람은 옵션이었어요.
그래도 여긴 돈이 가깝지 않았어요.
쑤저우 가실 분들은 돈을 좀 들여서라도 (만 오천 원이었던가 아니던가 -_-;) 꼭 유람선을 타보시길 권합니다.
우리나라엔 없잖아요 ^^;
무엇보다, 중국 사람들의 속살을 들여다 본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옛날, 쑤저우를 두고 패권다툼이 벌어졌을 때, 여긴 뭔 능선이나 계곡이 없이 내리 평원이라 뭔 계략이 없이 그냥 머릿수로 밀어내는 싸움이었답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긴 창이나 칼로 하는 전쟁이라 달리다 보면 적군에 이르기도 전에 자기네 군사들에게 먼저 찔리고 죽는 일이 다반사라, 적의 진로를 막을 시간을 벌겸, 작전상 운하를 팠다지요.
물론 이 지역의 풍족한 산물을 다른 고장으로 옮기기에도 좋았을테구요.
육상교통이 발달하면서 이제 운하는 옛날 만큼의 역할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옛날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저 다리도 이 운하가 맨 처음 지어졌을 때 그대로의 모습이라네요.
다리가 낡아서 무너지면 다시 그 모양 대로 짓고 하면서.

무려 4 백년 동안 살아온 모습 그대로의 가옥이랍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나라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윗옷은 입고 다니자는 캠페인이 벌어졌다는데 공원이나 길 가에서나 뭐 여전히 저런 모습의 아저씨들이 보였습니다.

오래되어 물 속으로 가라앉는 다리.
좀 무섭네요.



운하는 나름대로 골목골목이 있어서 사공 아저씨가 노를 저으며 방향을 잡는 것이 대단해보였어요.
옛날에는 여기서 배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노를 저으며 지나가면 아내가 밥그릇을 들고 있다가 전해주곤 했답니다.
지붕 양 끝에 삐죽 나온 모양은 일 나간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는 뜻이었다나요.

추석 연휴를 맞아 중국여행을 온 한국인들이 참 많았어요.
일본에서도 한국 사람들은 현지인들과 확연히 표시가 나던데, 중국에서도 그랬지요.
뭐랄까 옷차림부터 표정, 묘한 분위기가 중국인과 일본인, 한국인들은 다릅니다.
배가 비껴가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합니다. ^^
우리도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습니다. ^^


이 더러운 물에서 뭘 잡아먹을까 싶었는데, 빨래하고 청소하고 하면서 잡은 고기를 손에 들고 호기롭게 자랑을 하며 가는 아저씨도 보았습니다.


빨간 등이 예쁘지요?



언제 이어질지 가늠이 안되지만, 다음은 조수가 드나드는 중국 2대 강, 전단강을 건너 항저우 서호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