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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밑줄긋기

문학의 탄생

by 소금눈물 2011. 11. 7.

12/20/2009 06:0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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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가 '하마르티아hamartia(비극적 결함. 비극을 불러오는 성격적 결함으로 번역할 수 있다)'라고 표현한 이 '실수'는 무지해서 저지르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순전히 윤리적인 과실도 아니다. 이를테면 양자를 합쳐 놓은 것에 가깝다. 상대를 해치려고 의도적으로 저지른 범죄는 아니나, 일의 결과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그런 잘못이다.

고대의 아르스토텔레스 주석가들은 알기 쉬운 예를 들어 하마르티아를 설명해준다. 창던지기에 열중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고 치자. 그가 훈련장 안에서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이 뛰어들어 그가 던진 창에 찔려 죽고 만다. 이 경우, 창을 던진 남자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 뜻밖의 재난(아티키아 atychia)는 예측할 수도 피할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가 누군가를 죽이려는 의도로 창을 던졌다면 이는 분명한 범죄(아디키마adikema)다.

하마르티아는 아티키아도, 아디케마도 아니다. 인적이 없는 도로를 걷다가 문득 여기서 창을 던진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어디까지 날아갈까 시험해 보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하고 창을 던졌다가, 하필 그때 길 반대편에서 튀어나온 사람을 맞히고 만다. 이런 과실이 바로 하마르티아다. 이 경우 위험을 예상하고서도 마음의 유혹에 넘어가 창을 던지고 말았으므로 도덕적으로 완전히 결백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사람이 지나가고 있는 것을 알았더라면 창을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p.68



오딧세우스의 친부살해를 아티키아로 알았는데 다시 들여다보나 하마르티아가 맞았다. 신들의 예정대로 놀았던 장기판 위의 돌이 아니라 다분히 자신의 의도와 불손하고 오만한 성격적 결함도 그 비극에 일조했던 셈이다.

이런 식으로 다시 읽는다면 일리아드나 <변신이야기>속에서 내가 애달파한 주인공들은 얼마나 엄청난 반전이 될까.

다시 한 번 꼼꼼히읽고 싶지만 아마도 그렇게 나간다면 평생을 일리아드와 변신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 --;;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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