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색의 지붕이 쇤부른보다 더 아름답던 벨베데레!
사보이 왕가의 여름궁전이었던 벨베데레는 1955년 5월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4개국의 외무 장관이 모여 오스트리아의 자유와 독립을 부여한 조약을 체결한 장소로 유명하며,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태자였던 페르디난트가 잠시 거주한 곳이기도 합니다.
잘츠부르크에서도 느꼈지만 오스트리아의 지붕은 민트색입니다.
동유럽의 주황색 지붕과 다른 색인데 이 지붕색도 참 이뻐요.
이렇게 큰 건축물에는 민트가 더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벨베데레는 상궁과 하궁, 정원으로 나뉘어지는데 우리는 벨베데레 갤러리를 가기 위해 상궁으로 갑니다.
왕가의 문장이 지키는 문을 통해 들어가면
창문과 지붕, 테라스를 장식한 조각들.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도 벨베데레가 유명한 것은 벨베데레 갤러리로 유명하죠.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그림이 아마도 가장 많이 있는 미술관일 거예요.
그 중에서 키스.... 미술을 좋아하면서 아마도 입문 그림이 되기 쉬운 그 유명한 키스가 바로 이곳에 있죠.
클림트의 그림들을 제대로 설명하자면 이 포스트는 ....책이 한 권 나올 상황이라 따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하나씩 그림편지를 통해서 말할게요.
구스트파 클림트의 뒤를 이었다는 에곤 쉴레는 화풍이 아주 달라지죠.
두 사람은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났으며 클림트는 당대 가장 사랑을 받던 화가였지만 나찌에 의해 그의 작품들이 많이 불살라졌고 남은 작품들도 화재로 인해 대부분이 사라져서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에곤 쉴레는 당대엔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어요. 너무나 외설적이고 직설적인 그림들은 일반 관람객들에겐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을 거예요.
시대를 너무 앞서갔죠.
갤러리로 들어가는 내부 천장.
호기심이 망쳐버린 사랑 - 에로스와 프쉬케.
드디어 들어온 클림트의 방.
<마리 브로이니크의 초상>
평생 여성들을 그리며 여성을 화폭의 주인공으로 이끌었던 클림트.
그러나 그는 영혼의 연인 에밀리 플뢰게를 두고 결혼은 하지 않고 다른 여성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이고 염문을 뿌리며 살았습니다.
네에... 뭐 누릴 거 다 누렸다는 거죠.
책임지지 않는 사랑. 실제로 모델이 된 여성들 사이에서 자식을 여럿 두었다는 소문도 있었고 사후에 실제로 부자관계를 확인하는 소송이 있기도 했고요.
<배우 요제프 브린스키의 초상>
화폭의 금빛은 실제로 금이 들어갔어요.
말이 너무 길어서 휙휙 지나갈게요.
구스타프 말러.- 로댕 작품이네요
<아담과 이브>
<소냐 닙스의 초상>
<프리차 리틀러>
<아테제 호수 옆의 시골길>
더 말할 필요도 없을 <키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그림 중 하나이고 가장 많이 복제된 작품일 거예요.
이 미술관의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비엔나의 골목골목이 클림트와 모짜르트로 먹고사는 거 아닌가 싶을만큼 거의 모든 수비니어 샵에서 클림트관련 상품이 넘쳤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은 또 어찌나 많은지.
저는 키스보다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든 유디트>와 <다나에>를 더 보고 싶었는데 마침 일본으로 나가 있어서 볼 수가 없었어요 ㅠㅠ
아름다운 꽃을 깔고 열정적인 연인들이 키스를 나누고 있네요.
한 몸이 된 두 사람의 형태는 마치 남성의 성기 모양으로 직립하고 있습니다. 두 말할 것 없이 이들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연인들입니다.
두 사람 중 어느 누가 더 깊은 사랑에 빠졌을까요?
- 아마도 제게 보기엔 여성일 것 같아요.
화면 밖의 관람객에게 얼굴을 감춘 남성은 소중한 듯 여성의 얼굴을 감싸고 키스를 하고 있지만, 누가 이 연인을 보고 있건 의식을 할 수가 없이 이 사랑에 매몰된 여인은 눈을 감고 자신들의 낙원에 잠겨 있습니다.
그런데 어딘지 이 여성의 표정은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달콤한 열락이 아닌, 연인이 이 포옹을 풀고 일어날세라 오른 손으로 목을 끌어안고 연인의 몸에 기대고 있지만 그녀의 발끝은 벼랑 아래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가락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네요.
키스의 모델은 클림트 자신과 아델 블러흐 바우어 부인이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당시 화제가 되었던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고 영감을 얻어 그렸다는 클림트의 해바라기.
에곤 쉴레도 해바라기를 그렸는데 클림트에 비해 격정적이고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사진을 미처 못 찍었는데 관심있는 분들 찾아서 비교해보시면 아실 거예요.
<이브> 로댕 작품입니다.
전시장을 돌다 에곤 쉴레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헤르베르트 라이너>
가장 뛰어난 선화 드로잉으로 천재의 등장을 알렸으나 스승인 클림트와 달리 시대와 불화하며 외면당한 에곤 쉴레.
<폴디 로친스키>
<체스키 크롬로프>의 골목에서 바로 이 그림이 생각났습니다.
클림트의 포옹은 따뜻하고 다정하지요.
관람객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뜬 에곤 쉴레의 연인들은 비현실적으로 길고 가는 팔로 상대를 완전히 부둥켜안고 있습니다.
상대를 화면 밖의 누군가에게 뺏기지 않겠다는 완강함이 느껴지지요.
뼈와 근육의 움직임은 격정적이고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할 수 없다는 듯이 뜨거운 포옹으로 잡혀 있습니다.
코코슈카가 그린 <폭풍우>가 떠오르네요.
에곤 쉴레의 다른 그림들보다는 한결 부드럽고 사랑이 넘치는 그림입니다.
<가족>이라는 현재의 제목은 그의 친구 파이스타우어가 붙인 것으로 원래 이름은 <웅크리고 있는 남과 여>였다고 합니다.
에곤 쉴레와 그의 아내 에디트, 에디트의 발치 아래에 있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그들의 아기였지요.
화면밖의 관람자를 응시하는 에곤 쉴레에 비해 에디트의 시선은 비껴갑니다. 행복하고 밝지 않은 에디트의 눈빛.
에고가 강했던 쉴레의 옆에서 에디트는 평단과 사회의 비난을 함께 맞으며 결코 쉽지많은 않은 삶이었겠지요.
이 아기는 안타깝게도 태어나지 못하고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엄마와 함께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사흘 후, 에곤 쉴레도 28세의 나이로 에디트와 함께 하게 됩니다.
자끄 루이 다비드의 <베른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 , 일명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같은 주제로 그린 그림이 석 점인가 다섯 점인가 더 있다고 했는데 물론 이것도 진품입니다.
제 세대의 사람들에겐 중학교 학습지 표지로 유명한 그림이지요.
<정복하지 않는 자는 정복당한다>- 이게 무슨 대단히 좋은 말이라고 그걸 앞세워서 말이지요.
이런 말을 경구랍시고 어린 중학생들의 사표로 내세웠다니. 책에 새긴 그 인간 얼굴 좀 보고 싶네요.
화면의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떨어진 구도와 험한 알프스 협곡에서 앞발을 치켜든 말이나 오른 손을 들어 병사를 이끄는 나폴레옹의 표정은 동적인 구도 속에서도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단호하고 멋진 지도자의 풍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가장 멋진 초상화입니다.
나폴레옹을 태운 말의 아래 쪽 화면에는 세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보나파르트(나폴레옹), 고대 카르타고의 한니발, 신성로마제국의 샤를마뉴 대제의 이름입니다.
알프스를 넘은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이들 사이에 나폴레옹을 둠으로써 이들과 같은 반열에 오른 나폴레옹을 그리고 있네요.
너무나 노골적인 프로파간다 미술입니다.
건축물 자체로도 너무 아름다워 꼼꼼하게 보고 싶었는데 아름다운 조각과 회화도 다 돌아보지 못하고 서둘러 나와야 했습니다.
다시 찾아가기 쉽지 않은데 너무 아쉽습니다.
스핑크스가 지키고 있던 미술관을 나와 바라보는 전경
아름다운 벨베데레 상궁
안녕.
'2019.동유럽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체코 - 체스키 크룸로프(1)- 체스키성과 라트란거리. (0) | 2019.10.07 |
---|---|
10. 비엔나 슈테판 대성당 (0) | 2019.10.07 |
8. 오스트리아 쇤부른 궁전 (0) | 2019.09.14 |
7. 헝가리 부다페스트 (0) | 2019.08.14 |
6.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0) | 2019.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