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자전거를 타면서 공부삼아 일본 영화를 틀었다가 얼마나 웃엇던지.
뭔가 상당히 삐끕스런 포스터가 나오길래 코미디인가 했는데 이건 코미디라기보다 말도 안되는 허무개그였다.
인생모토를 궁서서체볼드로 살아온 내 전력으로는 예전 같으면 정말 어이가 없는 영화겠으나, 나이가 들어 모난 성정이 허물어지는 건지 엄청 웃으면서 봤다.
온 인상을 찌푸리며 근엄하게 사무라이의 무도를 수련하고 있는 주인공은- 현실은 빗자루를 허공에 휘두르며 놀고 있는 한심한 사위로 장모의 구박을 받으며 살고 있다.
보다못한 장모는 이 한심한 무위도식 한량을 딸에게서 떼어내려고 멀리 있는 도사로 몇달 간 수련을 가르치고 오너라 하고 보낸다.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는 손녀때문에 미운털이 박힌 고양이 다마노죠를 떠 안겨서.
순탄한 여정이 될 리가 없다. '렌타루' 조각배를 사공도 없이 빌려서 파도에 휩쓸리며 도착한 무인도- 인줄 알았으나 문명이 없는 원주민- 인 줄 알았으나 일본어를 배워 잘 말하고 있고 -이지만 말비틀기를 하며 노는 이외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줄 알았으나 흰고양이를 섬기는 -
여하튼 이리하고 저리하여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듯 하다가 난데없이 그들과 친구가 되고 적이 되었다가 다시 친구가 되고 난데없는 연정이 필듯 하더가 코미디가 되다가 발리우드가 되다가- 이 중에 백미는 중간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자막!!
주인공이 위험에 처하는 장면 바로 이어서 두둥;;
大丈夫、主人公は死なない
괜찮아! 주인공은 죽지 않아!
고상하게 말하면 브레히트가 말한 연극이론 소외효과 (疎外效果, alienation effect. 극 중에서 중간에 누군가가 직접 연극에 개입하여 관객에게 이 상황이 연극상황임을 환기시켜 관객이 단순한 관객이 아니고 극 중의 일원으로 연극 내로 들어가게 하는 기법)이고 막가기로 보면 만사 귀찮아, 얘 안 죽어! 우린 그런 영화 아냐! 하고 막 알려주는.
나이들었나봐.
이런 영화가 이렇게 사랑스러워지다니 ㅋㅋㅋㅋ
영화 말머리의 주제가를 잘 들어보시라.
고양이가 세계를 구원한다냥.
이 위대한 진리를 그대는 모르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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