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의 숙소는 실망스러운 곳이었어요.
마드리드 시내에서 좀 벗어난 호텔이었는데 유럽 호텔 수준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가이드의 말을 들었음에도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은, 룸에 냉장고도, 욕조도 없는 숙소는 처음이었네요. ㅜㅜ
그래도 여행이라고 동방생이 된 인숙씨와 가볍게 앞으로의 여정을 서로 부탁하는 의미로 맥주를 한잔씩 하자- 했는데 둘다 비주류인지라 솔sol맥주 한 병을 못 다 비우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처음 만난 룸메이트와 한 침대를 써야 하고 베개까지 하나라니 이거 원 참 -_-;
너무 예민해서 여행동반자에게 엄청난 폐를 끼치는 사람인데, 역시나 이 밤도 같이 잔 인숙씨를 괴롭혔습니다.
시차고 나발이고 간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다시피 뒤척거리다 맞은 아침.
수퍼에서 막 파는 듯한 크르와상에 잼과 오렌지주스, 찬 우유, 과일은 동이 났고 ㅜㅜ
어제 쇼핑센터 마트에서 산 치즈를 곁들여서 겨우 우걱우걱..
이베리코 하몽- 역시나 너무 짜!
그런데 뒷걸음치다 뭘 잡았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산 저 치즈가 나름 좋은 치즈였다네요. 달리가 그렇게 좋아했던 치즈라나.
빵 사이에 잘라서 끼워서 아침 식사로 해치웠습니다- 냉장고가 없어서 글자 그대로 해치우는 -_-;
본격적인 여정의 둘째 날- 오늘은 똘레도입니다.
마드리드에서 6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똘레도는 타호강을 해자처럼 두르며 높이 위치한 천연의 요새입니다. 이 타호강은 스페인을 돌아 국경을 넘어 포르투갈까지 이른답니다.
V자 형의 계곡 건너편의 알카사르입니다.
여기는 정말 어떤 군대라도 함락을 할 수 없는 천연의 요새군요.
거칠게 흐르는 타호강을 어찌어찌 건넌다 해도 80도 가까운 깎아지른 절벽을 기어오르고 다시 인공 요새벽을 넘고 그 성벽 위에서 퍼부을 화살과 바위를 피하고 다시- 이건 신이라도 불가능한 공략입니다.
저 작은 다리가 이쪽에서 저쪽을 건너가는 유일한 길이라 하니 폐쇄하면 그냥 끝입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몹시 춥습니다.
건너편 언덕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똘레도성과 대성당.
어찌어찌 천신만고 끝에 저 요새에 진입한다 하여도 좁고 구불거리는 골목들 사이에서 외지인은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모조리 ...
똘레도에 도착하면 골목에서 길 잃으면 끝장이니 반드시 꼭 붙어서 따라오라는 주의사항을 거듭 듣습니다.
똘레도 알카사르
이렇게 보니 참 아름다운 다리네요.
똘레도 골목길에서 만난 노란리본- 세월호리본이 아니라 소아암환자들을 돕기 위한 기금마련 리본이랍니다.
좁고 구부러진 구시가지.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일제히 벽에 착 붙어서 차가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
제법 경사가 져서 큰 비나 눈이 오면 여기 동네 장난 아니겠다 중얼거리는데, 눈이 안 오는 고장이랍니다. 아 네 ^^;;
드디어 똘레도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산토 토메 성당>
이 성당이 큰 규모도 아니면서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이 성당의 대형 제댄화인 바로 엘 그레코의 명화 <오르가즈백작의 매장>때문이지요.
사실 스페인에 와서 직접 엘 그레코의 작품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 매너리즘 화가가 왜 그렇게까지 대단한 명성을 얻는지, 왜 그렇게 대단한 대가라는 건지 갸우뚱 했어요.
실제로 와서 보고야, 내가 도록을 보는 시야와 이 대형 그림이 높다란 성당의 제단에 걸렸을 때 그 그림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관람자의 시선의 차이를 확인해보고 깨달았습니다.
여행후기가 너무 길어지므로 이 그림에 대한 언급은 역시 <그림편지>에서 따로 빼어 후일 다시 이야기해야겠네요.
감동으로 가슴이 두근거려서 마지막까지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넋을 놓고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엘 그레코. 당신 정말 대단한 화가였어요. 내가 무지했어요.
똘레도를 침입했던 적들은 이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둘러싸고 내려다보는 첨탑들에서 다시 좌절했겠네요.
높고 고풍스러운 똘레도 골목 집들.
엘 그레코는 스페인 국적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베네치아 화파를 기초로 한 마니에리스모(매너리즘) 양식을 대변하는 화가로, 독창적인 색채와 공간배치, 길쭉하기 왜곡된 등장인물의 인체, 녹색조가 주는 불안정하고 극적인 색감과 강한 영성으로 이 시기의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과 비교해서 보자면 쉽게 동화되기 어려운 불편하고 어딘지 불안한 느낌을 줍니다. 그의 세계에서 정확한 구도묘사나 극적이고 화려하게 신앙심을 고취시키는 빛과 화려한 의상의 효과 따위는 뒤로 미뤄둔, 자기만의 세계가 도드라지는, 그래서 누구라도 엘 그레코의 작품은 엘 그레코적이다- 는 말이 나올 법한 양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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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의 본명은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로, 크레타 섬 출신의 후기 르네상스 화가입니다. 엘 그레코란 ‘그리스 사람’이라는 의미로, 이탈리아에서 지낼 때 얻은 별명인데 , 그에 대해선 전기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고 1560년경 베네치아로 가서 그림을 배웠으며 티치아노에게 사사했다는 정도가 알려져 있습니다.
궁정화가로서 이름을 떨치기도 했으나 펠리페2세가 원하는 화풍이 아니어서 그만 둔 뒤, 똘레도로 돌아왔고 당시 교단과도 썩 호의적이지만은 관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굽히지 않고 성화로 표현하다 똘레도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엘 그레코의 그 많은 명작들을 이후에 어찌 다 열거하여 이야기할지, 암담해지네요 -_-;
지붕선 하나에 미쳐서 한나절을 보낼 이 성격에, 재촉하는 일행을 따라가지 못하든 더딘 발걸음 ㅠㅠ
여기 예쁜 데가 이렇게나 많은데 하나도 잡을 수가 없어요 ㅠㅠ
골목길을 걷다 사이로 얼핏 시야에 잡힌 고딕양식의 첨탑!
오!!!
똘레도 대성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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