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라인은 아침에 다녀온 동부해안을 따라가는 노선이고요, 내륙으로 들어가는 그린라인은 하루에 몇 번 정기적으로 무료셔틀버스가 있습니다.
시간을 확인하고 이용해보세요.
아 그런데 너무 배가 고파.
타이둥 메인버스스테이션 앞 쇼핑몰에 들어가서 요기를 먼저 해야겠어요.
타이둥에 와서 내내 편의점도시락이나 시장 아침식사로 끼니를 해결했는데 그래도 미스터도넛에 들어와서 입맛에 맞는 식사를 찾았습니다.
망고주스 대신 망고아이스크림으로 달래며 ㅠㅠ
쇼핑몰에 있는 유니클로에서 서비스하는 셔틀버스인가봐요.
버스터미널에서 무료셔틀시간을 알아보고 유니클로 앞에 기다리고 있으면 소형버스가 옵니다.
중간중간 지정된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손님을 태우고요.
우체국앞에서 대학생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다가 버스가 좁아서 다 못탄다니 우르르 다 내렸습니다. ^^;
그런데 이 셔틀버스는 기차역까지만 갑니다.
지금 가려고 하는 삼림공원까지는 택시를 타고 다시 이동을 해야 해요.
그걸 모르고 버스 종점이래서 내렸다가 어리둥절;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렌트를 해서 이동하면 좋을텐데 탈 줄 몰라서 ㅠㅠ
자전거 대여소는 보이지 않고.
하는 수 없이 택시를 불러 탔는데
이야... 인간적으로 아저씨 이 택시는 그만 운행하셔야 해요 ㅠㅠ 너무 낡은데다 더러워서..
이렇게 더럽고 낡은 택시는 처음 본 듯. 내부 청소를 안해서 여기저기 뜯겨나간 비닐이며 더러운 시트며... 청소라도 좀 하시지 ㅠㅠ
말씀은 그래도 친절하셨어요 이런저런 안내도 해주시고.
오토바이 없이 타이완에서 여행을 다니기란 쉽지 않을 거라 걱정도 해주시고.
자. 그렇게 삼림공원에 도착했습니다.
타이완에 오기 전에 동부여행을 준비하면서 타이완영화 <연습곡>을 보았어요.
타이완 섬을 자전거로 일주하는 영화인데 동부풍경이 많이 나온다길래.
이 영화에서도 바로 이 삼림공원이 나왔었습니다.
굉장히 넓어요.
팔월 한낮에 걸어서 공원을 돌아보는 것은 너무너무 힘이 듭니다. ㅠㅠ
인근 어디에 분명히 자전거 대여점이 있을텐데 자전거를 빌리시던지 암튼 한낮에는 걸어서 다니지 마세요 ㅠㅠ
키가 큰 나무들이 죄다 고사되어 있어요. 키 작은 잡목이나 풀들은 우거져 있는데.
<연습곡>에서는 바닷물이 뭍으로 들어오면서 나무들이 고사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나무들이 울창하게 살아있었다면 정말 밀림 같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잡목이 우거진 곳이 무서운 모기와 해충들이 많다고 주의를 들은지라 무섭습니다.
조심조심!
여러갈래로 갈라지는 길을 빙글빙글 돌면서 끝도 없을 것 같은 공원.
화장실은 일본공포영화에 나올 것 같이 음침해서 못 들어가고 ㅠㅠ
해빈공원과 비파호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느새 해는 기울어 오고-
돌아갈 길이 걱정되어서 공원을 이만 벗어납니다.
똑같은 곳 같지요?
아니예요 ㅠㅠ
길을 잃었어요 ㅠㅠ
넓고 지치고 날은 덥고 목은 마르고.
그래도 공원을 떠나지 않고 맴도는 이유는!
해빈공원에서 꼭 보고 싶은
바로 이 국제지표입니다.
타이완을 이루는 다른 민족을 상징하는 다리들이 하나로 융합해서 사람과 바다와 문화와 역사가 하나로 융합한다는 상징으로 조성된 조형물이랍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세워진 이 조형물은 밤에는 내부에서 반짝이는 조명으로 더 한층 아름답고 신비롭답니다.
그러나 나는 낮에 갔고!
조명은 없었고!
출입금지의 노란 줄이 쳐 있었고!!
아쉬움에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국제지표의 진가를 맛보려면 밤에 오세요.
조명이 켜진 국제지표와 더불어 하늘로 날아가는 아름다운 열기구들도 볼 수 있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해빈공원의 상징인 액자 틀.
기울어진 액자 너머로 보이는 바다
중학생 머슴애들, 연인들- 타이동시민들이 와서 놀고 사진찍는 모습을 보니 참 좋네요.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액자 안에 담긴 국제지표를 찍어보고 싶었는데 사진찍는 줄이 계속 생겨서 기다리고 어쩌고 할 수가 없네요.
아... 이제 끝이구나.
태평양으로 열린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있습니다.
전화기에 파도소리를 담으며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이렇게 꿈처럼 아름다운 푸른 바다, 해빈공원의 파도소리를 언제 다시 들으러 올까 생각하니 울컥 눈물이 납니다.
얼리버드로 겨울에 일찌감치 비행기표만 덜렁 끊어놓고
정말 혼자 갈 수 있을까. 타이뻬이야 어디든 한국인 천지인데다 교통이 편해서 걱정이 아닌데 정보도 많지 않고 주위사람 아무도 가 본적이 없다는 타이동- 난생 처음 혼자 가는 배낭여행으로 가 볼만한 곳인지, 태풍소식을 눈여겨 보며 내내 걱정이 많았습니다.
오십이 되기 전에 혼자 배낭여행으로 나가보기, 시험을 보아서 합격해보기-
그게 올해 과제였는데 하나는 무사히 치렀네요.
힘들고 피곤한 순간도 있었지만 이 여정의 곳곳에서 만난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 혼자 길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정말 행복했어요.
이제 어디든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름다운 바다에서 시선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그러나... 정말 아름다웠던 것은 이 다음에 사진으로 올리지 못할 에피소드입니다.
해빈공원에서 나와보니 큰 도로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서 행인을 붙잡고 물어보니 버스가 한시간에 한번 다닌답니다. @.@; 그리고 버스 다니는 길까지가 너무 멀고요.
택시라도 잡을까 하였더니 "여긴 택시 안 다녀"
헐.
마을까지 나와서 마침 길가에 앉아서 담배를 나누시던 할아버지 두 분이 보이길래 택시를 잡을만한 큰 길을 찾고 있다고 여쭈었더니
-택시? 여긴 택시 안 다녀. 아이구 너 어쩌냐. 오토바이 안 타고 왔어? 어디서 왔는데? 원샨루? 여기선 못 가. 어쩌냐 큰일이네.
두분이 연신 걱정스레 혀를 차시다 마침 골목에서 나오는 다른 할아버지를 보고
- 이 사람 한국에서 왔는데 길을 잃었대. 여기서 원샨루가 한참 먼데 차도 안 다니고 큰일났어.
- 너 오토바이 안 가져왔어? 탈 줄 알아? 아이구 큰일이네 못가못가 걸어서는.
하나 둘씩 늘어나는 마을 사람들이 다들 뭔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디밀면서 하나같이
-오토바이 탈 줄 알아? 못 탄다고? 아이구 큰일났네. 여기선 못가. 얘 어쩌냐
고개를 절래절래.
걱정해주시는 건 고마운데 진짜 걱정이 점점 커집니다.
타이완에서 왜 오토바이가 그렇게 사랑을 받는 교통수단이 되었는지를 알겠습니다.
번화가가 아니라면, 아니 시내 번화가라도 오토바이가 최우선적인 수단인가봐요.
온 동네 사람들이 고개를 맞대고 얘 오토바이 없대를 한탄하는 사이 점점 내 얼굴은 일그러지고 ㅠㅠ
그때 마침 공원쪽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오던 총각이 보이길래, 택시가 다닐만한 큰 길을 좀 알려달라고 물었더니
-어디까지 가는데요
-숙소는 원샨루지만, 메인스테이션까지만 가면 찾아갈 수 있어요.
-그럼 일단 택시가 다닐만한 길까지 가 보지요.
아직까지 걱정이 한창이신 마을 어른들께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총총 총각을 따라나서는데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휘적휘적 앞서갑니다.
아까부터 심상찮은 발가락 통증을 참으면서 뛰다시피 쫓아가다 어쩔 수 없이 쳐지면, 저만큼 기다리다 다시 휘적휘적-
그런데 큰도로까지 나가서 봐도 택시가 올 생각을 안합니다.
-메인스테이션까지만 가면 찾아갈 수 있겠어요?
-그럼요.
-그럼 이왕 왔으니 시내까지 가보지요.
-아유 미안해서.. 괜찮아요.
- 나도 괜찮아요. 거기까지 가 봐요.
한시간 가까이 되었나. 그 먼 길을 땀을 뻘뻘 흘리며 가던 길과 반대방향으로 길안내를 해 준 총각.
목적지가 다 와 가서 아 여기부턴 알 것 같습니다.
땀을 흘린 총각에게 미안해서 뭐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괜찮아요. 여행 즐겁게 잘 보내다 가세요.
하고는 잡을 사이도 없이 휙 가버립니다.
조명을 보겠다고 좀 더 지체했다가 어쩔뻔 했나 싶기도 하고, 낯선 여행자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들 정말...
우리나라에서 외국에서 온 여행자에게 그런 친절을 나는 사심없이 베풀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이 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자랑거리는 바로 친절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가 본 어느 나라에서도 이렇게 평범한 시민들의 따뜻한 친절을 이만큼 만나본 적이 없어요.
타이완 여행의 마지막은 이렇게 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하나 사서 (-_-;) 돌아오는 길
아침에 지나갔던 타이둥 고등학교 벽에 붙은 현수막.
타이둥 짜요! 뚱쫑짜요! 어두운 밤은 이미 지나갔도다광명의 내일이 다가오리니.
얘네들도 대학입시경쟁이 정말 치열하군요.
그렇다고 이렇게까지..헐!
청춘들의 땀과 한숨이 벽보에 붙어있습니다.
아 참 좋은 시절을 참 어렵게들 보내요. 내 나라나 남의 나라나.. 하..
타이둥 마지막 밤이 깊어갑니다.
편의점에서 사온 망고맥주를 마시며 풀벌레 소리를 듣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네요.
여행의 마지막 밤은 왜 이렇게 늘 아쉽기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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