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계획의 시작, 시립미술관 <광복 70주년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을 보러 갔다.
개관 삼일째. 이제 시작이어서 그런지, 미술관은 예년 전시보다는 덜 붐볐고 방학숙제하러 온 어린 관람객들도 없어서 관람하기가 한결 편했다 (ㅎㅎ)
1전시실 첫 작품부터 바로 오원. 조선왕조 마지막 도화서 화원인 장승업, 안중식부터 김은호, 조석진, 고희동, 변관식, 이상범, 김환기,이응노, 김기창, 천경자, 홍성담류를 거쳐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는 김범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한국 근현대 화단의 인물들을 아우른다. 익숙하게 알아왔던 작가와 작품들을 만나는 것도 반가웠고 해금 되면서 처음 알게 된 월북 작가들의 작품을 알게 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운 좋게도 도슨트 해설과 시간이 맞아서 귀동냥을 한 것도 좋았다. 구상화는 어지간히 읽고 보겠지만 70년대 개념미술이나 현대 추상, 설치미술들은 해설 없으면 감상이 정말 난감한데 고마웠다.
안중식이 3.1운동 후 일제의 고문 끝에 끌려가 죽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고종황제의 명으로 그린 <붕새>를 이완용에게 내리고 그 3년 후 조선이 망하는 역사의 잔인한 아이러니 와중에 힘없는 어진화가의 운명이 그리 되었다는 건 정말로 비극적인 소설 같기만 하다. 전시실 중간 중간, 사료전시를 둘러보다 까마득히 잊었던 어린 시절 미술교과서들을 만나고 추억이 아련해지는 감동도 얻었다.
아쉬운 것은 근 현대, 너무 큰 범주를 한 기획에 잡다 보니 내가 보고 싶은 화가의 대표작들은 많이 못 오고 <시대>의 카테고리만 남은 것 같아 그게 좀 섭섭했다. 강요배나 천경자, 이상범, 변관식 모두 그렇다. 유명작품들은 다른 곳에 전시 중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대전시립미술관의 여력이 부족했던 걸까. 홍성담이 오고 오윤이 빠진 것도 그렇고. 이호신과 한희원 작품도 보았으면 했는데.
박수근이나 이중섭 그림을 가까이서 본 것은 정말 행운. 박수근 그림값만 생각해도 후덜덜. 이 그림들 준비하느라 정말 애썼겠다 싶다.
시립미술관과 연정국악원 사이를 잇는 길.
아직 오전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구나 했는데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북적북적.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부터 한가롭게 자리를 펴고 잠이 든 젊은 남자나, 자전거를 타는 가족, 연인들의 모습을 보니 <쇠라>의 <그랑자트공원의 휴일>이 절로 생각나 웃음이 났다.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연휴가 지나간다.
보람되고 평화로운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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