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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함께 가는 세상

2015.05월 24일 6주기 봉하

by 소금눈물 2015. 5. 24.

 

 

어느새 5월이 되면 만사 제쳐놓고 가장 중요한 일이  된 봉하 나들이.

 

 

어쩌자고 고향보다 더 자주 찾는 고장이 되어버렸어요.

진영역에만 봐도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고 반갑습니다.

 

 

10번 버스를 타고 봉하마을로 가는 길.

마을 입구에서 만나는 노랑개비가 반갑습니다.

 

길 옆으로 모내기가 시작된 들판이 보이네요.

 

'농로가 주차장이 되는 시골마을의 흔한 풍경'

여기가 어디라고, 전국에서 저렇게 많은 이들이 찾아와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넘쳐서 농로마저 다 점거한 모습.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고 고맙습니다.

 

봉하마을이 가까워 올 수록 버스 안의 표정들도 설렘이 느껴집니다.

해마다 마을까지 다 닿지 못하고 입구에서 버스를 세우고 걸어들어갔는데 올핸 처음으로 마을까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었습니다.

 

 

봉하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반가운 얼굴.

마터님 여전히 인기 좋으세요 ^^

손으로 상자를 꼭 잡고 간절히 기다리는 꼬마의 표정을 보니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

바람개비를 기다리는 꼬마손님들 줄이 길어서 쉬지도 못하시고 계속 서서 만드시는 모습 보니 짠하기도 하고 정말 감사했어요.

날도 이렇게 더운데.

 

늘 감사합니다 마터님.

 

 

 

신록 속에서 묵묵히 서 있는 사자바위.

시난고난 답답하고 슬픈 이 세상 얼굴들에서 돌아앉아 슬픔을 삭이는 모습 같아서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이 며칠 뉴스를 보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고 살았는데, 세상은 참 못 변해요. 모질고 독해요...

왜 그리들 밖에 못하는지, 지금 이 때에 왜 꼭 저렇게밖에들 못하는지 원망스럽고 슬픕니다.

 

 

사저 담장 아래 모란이 올해는 일찍 피었었나봐요.

아쉽습니다.  얼마나 환하고 이뻤는데.

 

 

문득 올려다본 하늘.

무심히도 아름답습니다.

저 하늘에 우리가 그리워하는 이들이 참 많이도, 일찍도 갔네요.

아직은 우리에게 더 필요한, 간절히도 그리운 사람들인데요.

 

 

 

 

사저를 둘러보는 손님들이 많으십니다.

사저지킴이도 못되면서, 제가 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많이들, 자주 와주세요.

해마다 더 많이, 새 얼굴들로 가득가득 채워주세요.

 

 

 

 

이번 일행에는 봉하가 처음인 고등학생이 있답니다.

아직 어려서 우리 대통령님도 잘 모르고, 이 작은 시골마을이 왜 이렇게 붐비는지 어리둥절해서 여기가 어디고 여기엔 무슨 사연이 있고- 하며

일러주었습니다.

 

'대통령님~' 하고 부르면 나오셔서 손님을 맞아주시던 모습도 이야기해주고.

그러다보니 제 목소리가 젖게 되네요. ㅜㅜ

 

기념품 판매점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정말 반가운 분을 뵈었습니다.

게시판에 감히 자랑은 못 하겠고 이건 그냥 저 혼자 간직하렵니다 ^^

그리운 분들 소식도 전해듣고 인사도 전해 드리고.

건강하시다니 무엇보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암요, 암요. 그러셔야지요. 우리들 마음이 모두 그런 걸요.

 

 

쉴만한 그늘도 많이 없는데 더운 초여름 열기를 더하는 손님들.

 

 

수반이 좀 높아진 것 같지요?

 

우리 이쁜 연지를, 공사중이라 작년엔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잘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먼저 인사를 드리기로 합니다.

 

 

 

입구에서 만나는 우리 원순언니

활약하시는 모습을 먼데서 행복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재명시장님, 희정언니와 더불어 가장 뿌듯한 단체장님 ^^

 

 

 

 

 

바구니에 달린 리본들을 읽다가 눈물이 울컥 솟습니다.

 

 

서거일, 이제 만족하십니까! 부르짖던 그 모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딴지일보> 기사를 생각하며 바라보는 꽃..

예. 좋았어요. 참 좋았어요.....

 

그렇게 서로를 믿고 사랑하던 이들, 저 남자들의 우정이 아름다웠고 그래서 더 슬펐지요.

어제 다녀가시면서 속으로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요...

 

 

노란장미가 참 어울리는 분.

그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기에 아낌없이 어울리는 꽃.

부산상고분들의 사랑에는 우리와 다른 무엇이 있을까요? 동문의 자부와 자긍이 느껴집니다.

 

 

청산은 변함이 없고 꿈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변하고 사라지는 것은 인정 뿐일까요.

날이 갈 수록 아프고 서러운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믿고 의지하고픈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빨리 지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세상 돌아가는 꼴이 보기 싫어서 티비를 아예 끄고 살고 있습니다.

그이들 탓만 할 수는 없겠지요.

우리에겐 우리의 몫이 있고 우리 뒤에 따라올 어린 벗들이 의지할 든든한 나무가 되어야 하는데 할 일은 하고나 있는 것인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대통령님.

열심히 살아볼게요.

썩 괜찮은 인간이 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잘 버티고 열심히 걸어가볼게요.

 

 

 

 

 

"고모 것은 어디 있어요?"

"몰라. 찾아본 적은 있는데 하도 많아서."

"하긴 한 거야?"

"했거등?"

"뻥치지 마시지요?"

"국장 끝나고 백원우의원님실에 전화해서 속이 뻥 뚫렸다고, 고마웠다고 전화했다가 남들보다 박석조성소식 남보다 먼저 들었거등?"
"근데 왜 혼자만 했어요? 나는 안 알려주고?"

"나만 훌륭하려고 그랬다 이눔아!"

 

 

 

오늘 처음 온 고딩 도령한테 사자바위며 부엉이바위를 알려주었더니 혼자 가 보겠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 우리는 그럼 연지나 돌아보.... 읭??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도 공사가 끝나지 않았군요.

수레국화며 시스터데이지며 붉은양귀비, 그 예쁜 꽃길을 보지 못하고 마음이 허우룩합니다.

내년에는 다시 연지를 볼 수 있을까요?

 

날은 더워지고 쉴만한 물가..도 안 보이고 그늘을 찾아 다닙니다.

 

 

 

선물받은 매트를 펼쳤습니다.

우왕.... 없었으면 어쩔 뻔 했대요 ^^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하늘은 높고 푸르고, 그늘 아래 자리를 펴고 앉아서 오랫만에 본 친구들과 수다를 늘어놓는 중입니다.

(정신탈출한 머리속처럼 훌러덩 벌어진 가방은 보시는 분들 기억에서 자체뽀샵해주세요 +_+)

 

 

 

그늘 아래서 쉬는 사이에 돌아갈 시간이 가까와옵니다.

자 이제 추모관으로,

 

 

 

담쟁이잎이 덮였던 벽이 달라졌네요.

명계남님 서예전이 열리고 있는 추모관 앞 마당입니다.

추모관을 돌아보다 앗 반가운 얼굴

나이들어가면서 늘어나는 것은 뻔뻔한 얼굴 두께 뿐이라 막 디밀어봅니다.

 

"명짱님 안녕하세요. 언제나 변함없이 봉하를 지켜주..."

말을 다 못 맺고 으헝헝헝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다가와서 느닷없이 펑펑 울었던 이상한 아줌마가 접니다요 =_=

 

"왜 울어! 살아있으면 다 이기는 거야.  우리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위협이 되는데 왜 울어 울지마!"

하십니다.

 

그러게요. 느닷없이 왜 울음이 터졌을까요.

질겅질겅 밟고 찢고 말같지도 않은 소리로 수도 없이 모욕하고, 그렇게 육년을 밟다 겨우 한번 꿈틀했다고 저 난리인 인간들 보니

그게 열이 나서 또 울화가 치밀었나봅니다.

너희들도 사람이냐. 사람의 탈을 쓰고도 그러느냐.

한 짓대로 싸우자면 쌓인 노화가 끝도 없이 터질 것 같아 억지로 달래고 지우는 속을, 저 인간들은 그게 우스웠나보지요.

 

넓지도 깊지도 못한 소견이라 다른 분들 마음까지 공연히 어지럽혔습니다.

제가 모자라서 그래요.

아는데도... 참 견디기 힘든 날이 많아요. 여러분들은 다들 괜찮으신가요?

 

 

 

 

 

 

"나는 말야. 딱 그 날, 그 시간에서 한 치도 더 나가지 못하고 뒤로 가지도 못하고 그대로야.

그냥 일개 국민의 한 사람이었던 내가, 표 한 번 준 것 밖에 없는 내가 이런데 말야. 옆에서 인연을 맺고 함께 했던 분들은, 가족들은

어떻게 이 시간을 견디셨을까. 난 가늠이 안돼."

"우리가 만들었던 시간에 대한 책임감, 자긍 그런게 일시에 무너지고 끊임없이 모독당하니까 더 화가 나는 거야."

"우리가 화를 내고 지치는 걸 기다리는지도 모르지요. 지치면 오래 못 가니까. 아직도 버티냐, 아직도 남아있냐 그러길 바라는지도."

"오늘 처음 봉하에 와 본 도령 소감은 어때?"

 

이모들 뒤를 따라 종일 묵묵히 다니던 아이가

뜻밖의 말을 합니다.

 

"저는 잘 몰랐어요. 날마다 뉴스에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이런 시골에 왜 그렇게 많이들

찾아오는지."

"와서 보니 어때?"

"그럴만한 분이었군요. 추모관 사진이랑 영상,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봤어요. 오길 정말 잘 했습니다. 데리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뭉클해졌습니다.

 

 

 

 

두고가는 봉하는 늘 발을 다시 잡습니다.

다음에 오는 봉하는 더 알차지고 더 멋져지겠지요.

더워지는 날씨에 가꾸느라 수고하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끝났습니다.

여러분 읽어주시느라 대단히 고생하셨습니다.

아효... 자고로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은 법인데 영 그른 모양잉예요.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은 있어도 찾아뵙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분들께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많아서 시작한 후기가 늘상 이 모양입니다.

 

다음에 다시 뵐 때까지 즐겁게, 잘, 함께 버텨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