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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여행

2014년 8월 대만 첫 여행- 빠리와 스린야시장

by 소금눈물 2014. 8. 22.

 

단수이강의 하류에 있는 단수이지역은 요새화가 되기 좋은 천혜의 지형이라, 식민주의자들이 제일 먼저 탐을 냈던 곳이라고 합니다.

열강들이 타이완에 상륙하면서 그 힘의 부침에 따라 주인들이 바뀌었던, 어찌보면 비운의 고장이기도 했겠네요.

역사의 흔적들이 그렇게 곳곳에 남았습니다.

 

대강대강, 건성건성 보고나니 일몰이 그렇게 아름답다던 빠리로 가는 시간이 가까와옵니다.

강가 페리 선착장에는 빠리(八里)로 가는 배가 따로 있더군요.

여덟시가 막배라니 서둘러 가야겠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바로 우리까지 올라탈 수가 있었습니다.

석양도 석양이겠지만, 빠리의 대왕오징어 소문에 타이뻬이 가기 전부터 입 안에 침이 고였어요 ^^;

 

 

 

 

 

세월호의 아픔이 아직도 선명한지라, 배를 타면서 아무래도 관심이 더 가네요.

제가 보기엔 자리가 넉넉한 것 같은데, 딱 그 자리만큼만 태우고 바로 끊습니다.

어차피 좌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광객들 줄이 한참 남았는데 적정인원만 승선시키는 걸 보고 마음속으로 부러웠습니다.

하늘로 소풍을 간 우리 아이들... 죄없는 그 가엾은 영혼들에게 무어라 할 말이 없습니다.

문득 가슴이 싸아해집니다.

 

 

 

저  건너편에서는 돌아오려는 사람들 줄이 또 그렇게 있습니다.

 

 

그 말로만 듣던 대왕오징어 튀김입니다. ^^

줄이 어찌나 길던지 ㅎㅎ

소문대로입니다.

비슷비슷한 집이 많은데 여기도 '원조'열풍이더군요 ^^

 

우리가 먹던 '튀김'과 많이 다르지요?

튀김옷이 별로 없이 바로 원재료가 저렇게 빵빵하게!!

 

오징어를 선택하면 네 가지 소스 중에서 다시 선택하게 합니다.

선택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튀긴 오징어를 탕탕탕 잘라서 다시 튀겨서 주십니다.

 

 

 

이건 게튀김.

 

 

먼 사진이 이따위 -_-;;;;;

먹는데 정신팔리면 여지없이 이럽니다. ㅠㅠ

하프갤런만한 종이컵에 대왕오징어튀김, 그 위에 소스를 뿌려서 냠냠 >_<

 

대왕오징어도 먹었고, 보자.... 목이 마른데 그럼 빙수?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과일을 갈아서 만들어주는 과일빙수.

망고빙수와 수박빙수를 시켰습니다.

요건 수박빙수.

 

 

별로였습니다 -_ㅜ

고민이 되면 무조건 망고를 시키세요.

망고가 훨백배 맛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애초에 빠리로 온 목적이 '빠리의 아름다운 석양'이었는데 날이 흐려서인지 도무지.;;;

먹을 것이 아닌 이상, 포기는 빠릅니다 =_=

 

오늘 밤에는 선물을 사야 합니다.

가장 큰 시장이라는 스린야시장 순례가 남았습니다.

은혜를 베풀어주지 않는 석양을 포기하고 바로 회선.

그러고보니 오징어튀김먹으러 왔네 빠리는.

역시나 먹방여행 -_-;

 

 

일몰 대신, 하나 둘씩 불이 들어오는 상점의 불빛들만 보면서 슁-

 

얼래? 그런데 표 받는 아저씨가 이상하게 세시네?

앞에 선 대가족 팀에 얼결에 휩쓸려 들어가 카운팅이 되었네요.

한표값이 굳었다능;

이거슨 절대 의도한 바가 아니라능;;;;

진짜예요!!!

 

단수이 선착장 근처에 이런저런 맛집이 많다는데 포기하고 바로 라오지에로 고고씽!

앗 그러고보니, 아직 쩐주나이차를 못 먹어봤네.

 

 

 

요것이 바로 아이스버블티, 쩐주나이차.

달콤한 믹스커피맛(우리나라 마트에서 파는 M유업 카페라떼를 좀 진하게 만든 것 같은)인데, 밑에 콩처럼 보이는 쫄깃쫄깃 녹말알갱이가 씹힙니다.

호객을 하던 도령이 오늘 할인행사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계산하고 보니 원가격을 다 먹인 거더라능.-_-;;

상처받았습니다. 으윽;;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마요 쫌!!

 

굉장히 달아요. 달고 양도 대따시 많아요 ㅜㅜ

저거 하나를 들고 물고 다니다가 도저히 다 못 먹고 버리고 말았어요 ㅜㅜ

단 음료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 이걸 먹어본 것으로 위로삼고 다음부터는 절대 돌아보지 않았네..아니구나 다음날 황씨아저씨가 주셔서 또 먹어야 했구나 ㅜㅜ

 

<꽃보다 할배>에서 백일섭씨가 굉장히 맛있게 먹길래 궁금해했는데 제겐 뭐... 달고 시원하고 맛있는 커피믹스맛이었네요.

 

단수이 라오지에에서 선물 많이 샀어요.

가격이 싸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질로 보면 비싸지도 않았어요.

어디나 공통의 법칙- 모든 물건값에는 그만큼의 품질이 있다.

"이건 중국산 아니예요. 대만산이예요. 그리고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거랍니다. 핸디메이드예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지요? ^^

타이완사람들에게도 중국산은 그런 이미지인가보네요 ^^

 

우리나라 관광지에는 사실 거의 우리 것은 없지요.

싸구려 중국산 플라스틱 기념품들이 우리나라문화재의 옷을 입고 많이 들어와있지요.

어디나 비슷비슷 똑같은 기념품들. 계룡산이나 한라산이나 다 비슷한 기념품, '특산품'들.

 

그런데 타이뻬이는 달랐어요.

빠리에서 본 기념품은 지우펀에서 못 보았고, 단수이라오지에에서 본 것들은 스린야시장에서 살 수 없었어요.

그러니 가다가 예쁜 것이 보이면 바로 사세요.

 

친절한 상인들, 그러나 계산은 칼 같은 중국인들 ㅡ.ㅡ;

일체 할인은 없었습니다.

 

자 오늘 밤의 마지막 여정, 스린야시장으로 갑니다.

가장 큰 시장이랍니다.

이름은 스린야시장이지만, MRT 스린역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엔탄역에서 내리셔야 해요. 주의!

고궁부터 시작해서 정신없이 걷는 여정이라 발걸음 떼기 어렵게 발바닥이 붓고 쓰라리지만, 참습니다.

맛있는 먹거리가 또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_+;;;

 

지엔탄역에서 내려서 야시장을 어떻게 찾냐구요? 걱정마세요. 사람들이 몰려가는 쪽으로 그냥 가시면 되요.

다들 스린야시장으로 가는 길일테니까요.

입구부터 엄청난 인파들.

 

 

 

맛있는 망고를 일단 먹어주고!

 

 

두리안은 패스~

두리안을 즐길 내공은 아직 못되요 ㅜㅜ

그 물커덩한 이상한 과일을, 그 냄새에도 불구하고 천연덕스럽게 즐길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요.

 

 

사람이 느므느므느므 많아서 더 이상 사진은 불가합니다.

 

저녁을 안 먹은 생각이 나서, 샹챵(수제소시지)을 또 하나 사서 물고.

근데 여기 샹창은 화시지에보다 많이 비쌌어요.

맛도 너무 달고. 화시지에 샹챵이 더 맛있던 것 같아요.

 

스린야시장으로 가시는 분들께 팁을 드리자면, 깎으세요. 많이 깎으세요.

하지만 양쪽으로 끝도 없이 이어진 상가에서는 깎아주지 않아요.

중간에 자리한 노점들을 붙잡고 흥정하세요. 물건은 다 비슷합니다.

여행 마치고 바로 제가 노는 커뮤니티 잔치가 있어서 친구들 단체선물을 이 시장에서 샀는데요.

스무 개를 예상하다보니 가격도 가격이고 부피고 뭐고 여간 신경쓰이지 않았어요.

이것저것 고민하다 어느 순간, 노점 아저씨가 펼쳐놓은 상품, 정말 마음에 드는 러기지 택 발견!

이게 상점에서는 백위안 (친구 말로는 우리가 묵는 시먼띵에선 같은 종류가 백오십 위안까지 하는 걸 봤다네요).

아저씨도 백 위안을 부릅니다.

 

흥정 들어갑니다.

- 아저씨, 좀 싸게! 너무 비싸요!

 

고민하는 표정 잠깐.- 아 왜 이러셔 어차피 프로들이.

 

- 구십!

- 팔십!

 

고개를 흔듭니다.

 

- 팔십! 팔십!!

- 그래. 하는 수 없지. 팔십에 가져 가.

- 그런데 나는 스무 개가 필요해요. 이렇게 많이 사면 더 깎아주셔야지. 오십!

- 너무하다! 백위안짜리를 오십 달래냐!

- 그럼 육십!

 

기가막힌가봅니다.

결국 육십에 스무 개를 샀습니다. 마음껏 골라가지라네요. 신나게 스무 개를 골라챙겼습니다.

 

- 이야.. 육십에 샀어 이걸!

- 너 큰 소리로 말하지 마! 한국사람들한테 절대 말하면 안돼! 그럼 육십에 안 줄거야.

- 아. 죄송..

 

'큰 소리로 말하지'는 않고 인터넷에만 올리겠어요. 말하지 말랬지 쓰지 말라고는 안 하셨으니까 ^^;

 

신나게 룰루랄라 오다보니, 조카들 생각이 납니다. 세 개만 더 사자.

바로 돌아섰는데 방금 있던 아저씨 노점이 흔적도 없습니다.

 

노점상을 단속하는 사람들이 떴나봐요.

정복을 입고 호루라기를 부는 단속반이 뜨면, 노점상들은 진짜 공기 중으로 스며드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어리둥절해서 서로 얼굴을 보는데 좀 있다보니 또 쨔잔~ 등장하셨네요.

아하!

 

- 아저씨 또 왔어요. 세 개만 더 주세요.

- 세 개면 팔십! 안돼!

- 왜 이러세요. 스무 개 다 반품해버릴까보다.

- 하아... 그래 육십. 더는 안돼!

 

득템!

 

나중에 다른 가게 들러보니 역시나 얄짤없이 백원이더라능 ^^

뭣도 사고 뭣도 사고.. 더는 뱃속에 들어갈 자리도 없고, 더 이상 걸을 기운도 없고...

길에서 뻗을 것 같아 그만 돌아오기로 합니다.

 

아차. 그러고보니 먹는 얘기 빼놓은 게 있네요- 그렇게 먹고도;;

첫날, 화시지에에서 게튀김과 새우튀김을 샀어요.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그 유명한 타이완 과일맥주를 사 와서 튀김에 홀짝홀짝 ^^

타이완과일맥주 정말 맛있습니다.

술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달착지근 맛있어요. 완전 맛있는 맥주 ^^

 

스린야에서도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또-

 

 

다른 분 블로그에서 업어왔어요. 우리가 찍은 사진은 없어서.

암튼 이렇게 생긴 앤데, 편의점에서 막 팔아요.

이지카드로 결제 가능합니다.

망고맛맥주와 파인애플맛 맥주를 먹어보았는데 맥주는 파인애플맛이 더 맛있었어요.

같은 날 대만으로 패키지 여행을 간 직장동료는 이 과일맥주만 여덟 개를 사왔다네요 ^^

가방이 무거워서 그렇게는 못했지만 그 기분이 십분 이해됩니다 ^^

 

 

오늘의 쇼핑품목 샷.

 

 

직원 선물용으로 과일젤리들. 펑리수

고궁에서 산 한글로 씌여진 도록과 그림(책 옆 두루마리. 이걸 왜 샀는지, 구겨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끌고다니느라 무지하게 고생했어요 ㅠㅠ)

누르면 LED 조명과 귀뚜라미소리가 나는 취옥백채라이트, 빠리에서 산 젓가락과 작은 국자(가격도 싸고 나무 질이 좋아서).

슬리퍼 마그넷 네 켤레(두 켤레는 가방 속에). 돼지라고 오해받지만 절대 돼지가 아닌(!!) 서유기 인형들. 머리핀들.

그리고 그 요란한 흥정의 주인공, 러기지 택들.

 

 

 

이제 이틀이 지났는데 가방이 너무 무거워져버렸습니다.

 

아직 샤오룽빠오도 못 먹었고, 우육면도 못 먹었는데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니!!!

내일은 지우펀 여행이 있습니다.

여기는 이동거리가 커서, 택시투어를 하기로 했지요.

 

으으... 전신이 쑤셔서 잠이 잘 올 것 같지 않습니다.

피로를 핑계로 뜯은 맥주를, 다 마시지도 못하고 잠이 듭니다.

 

아 다리 아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