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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한 우정이 결코 공격적 사랑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는 고정 애인 하나하나를 긴 간격을 두고 만났다. 그는 이 방법이 완벽하다고 믿고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했다.
"3의 법칙을 지켜야 하지. 아주 짧은 간격을 두고 한 여자를 만날 수도 있지만 세 번 이상은 안 되는 거야. 혹은 수년 동안 한 여자를 만날 수 있지만 적어도 삼 주 이상의 간격을 두어야 해."
이 법칙 때문에 토마시는 고정 애인들과 결별하지 않으면서도 수많은 하루살이 애인들을 동시에 만날 수 있었다. 누구나 이러한 태도를 이해해 주진 않았다. 그의 모든 친구들 중 오로지 사비나만이 그를 잘 이해했다. 그녀는 화가였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모든 점에서 키치와는 정반대라서 당신을 사랑하는 거야. 키치의 왕국에서 당신은 괴물이야. 미국 영화나 소련 영화에서 당신 같은 사람은 파렴치한 역할밖에는 할 수 없을 거야."
토마시는 프라하에서 테레자가 일자리를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사비나에게 부탁했다. 에로틱한 우정의 불문율이 명하는 바에 따라 사비나는 한번 노력해 보겠노라 약속했고 정말로 주간지 출판사의 사진부 일자리를 찾아 줬다. 그 일은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테레자를 웨이트레스에서 언론사 직원으로 격상해 줬다. 사비나는 직접 그녀를 편집국에 소개해 줬고, 토마시는 이렇게 좋은 여자 친구는 없다고 생각했다.
p.23-24
나쁜 놈!!
밀란 쿤데라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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