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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헬싱 교수의 지휘 아래 흡혈귀 루시는 이제 평범한 시체로 변화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그녀의 이전 약혼자가 그녀의 가슴에 말뚝을 박아야 한다. 루시의 약혼자가 반항하는 신체에 말뚝을 박는 장면은 많은 상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폭력적인 성교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인데, 말뚝을 박는다는 것은 '삽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희생자는 미나다. 그녀는 감성과 오성을 갖춘 어머니와 같은 이상적인 여성이다. 미나는 조나선 하커의 부인이다. 하머튼 그사이 충격에서 깨어나서 영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드라큘라 백작이 그녀를 유혹하는 장면은 너무나 생생하다. 드라큘라와 미나의 결합은 부부 침대에서 (의식을 잃은) 그녀의 남편이 쓰러져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이 장면은 드라큘라가 자신의 속옷을 찢어 미나의 머리를 강압적으로 자신의 가슴에 누르고 가슴에 난 상처에서 흐르는 그의 피를 억지로 마시게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장면은 강요된 구강성교의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
p.37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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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억압된 성욕과 성적인 환상에 대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성에 적대적이었던 영국의 후기 빅토리아 시대에 나왔다. 피를 빠는 드라큘라 백작이 보여주는 위협은 에로틱한 모습을 띠고 있다. 밤에 정숙한 여자를 덮치고 남자들에게도 키스의 위협을 가하는 흡혈귀는 19세기 말의 엄격한 성 윤리를 전복한다. 드라큘라는 남자들과의 동성애적인 행각을 벌이며 빅토리아 사호에서 가장 사랑받던 두 부류의 우상들인 처녀와 어머니를 욕보인다. 그는 루시와 같은 정숙한 처녀를 음탕한 유혹녀로 변화시키고, 미나와 같은 모성적인 부인이 구강성교를 하게 만든다. 드라큘라 백작이 정숙한 듯 꾸미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 자정이 되어 자신의 무덤을 떠나면 그와 함께 억눌리고 억압된 성욕이라는 유령들도 그들의 무덤에서 나왔던 것이다.
p.377-378
강요된 도덕과 질서는 인간의 본성을 이기지 못한다. 근엄한 빅토리아시대를 여실히 조롱하는 파격의 소설 아닌가. 사람들이 어찌 그리 열광했는지 알것 같아 비실비실 웃음이 나왔다. 어떤 사회나 과도하게 누르면 그 누르는 압력만큼 반동이 생기기 마련이다. "꼰대"들의 근엄한 가르침은 통할수 있는 한계 안에서나 가능하다는 말이지.
'책읽기의 즐거움'은 바로 이런 순간이다.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 익숙한 감동이 새로운 깨달음과 발견으로 행복해진다.
드라큘라 이야기를 왜 에로틱하게 받아들여지는지, 텍스트 그대로 이해해 왔던 내 청순한 두뇌는 알지 못했다. 性과 죽음의 상징적인 동질.. 그대로 이해해 왔다. 말뚝의 상징이 말 그대로 페니스였다니 허.
이 책 <셰익스피어> 부분,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이 요구한 안토니오의 살 한 덩이가 그런 의미였다는 것도 새삼 알았다.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을 풀이해 생각해보면, 생명의 근원인 심장은 곧 생명의 원천인 남성성기(살.Flesh)의 의미라는 건 너무나 지당한 말이기도 했다. 16세기 셰익스피어 연극의 청중들은 이런 말이 필요없게 아주 잘 알아들었던 말을 21세기 현대의 외국인인 나는 이렇게 직접 가르쳐 주어야 이해가 된다.
막연히, 유대인혐오주의가 불편한 이야기였는데 유대인이 요구한 '살점 1파운드'의 의미가 '할례'를 의미한다는 거였다니.
역시 행복한 책읽기다.
크리스티아네 취른트지음. 조우호 옮김. <들녘>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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