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마마의 심정도 이러하셨습니까
아무리 주청드려도 끝내 내치시는 전하를 보며, 아바마마도 이리 힘들고 괴로우셨습니까...
아바마마..
소자는 이제 어찌해야 하는 것입니까...
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죄없는 내 아들을...
나는 지금이라도 세손이 부정하고 옥체를 보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허나 세손은 절대로 그리할 수가 없겠지요.
그래서... 그래서 나는 어찌해야될지 모르겠습니다.
죽어도 그리할 수 없는 세손에게, 이 어미를 생각해달라고 말할 수도, 그렇다고 고초를 겪는 세손을 그냥 바라볼수만도 없어서...
어마마마...
아바마마!
소자 억울하옵니다. 아바바마!!...
왜 그리하였느냐...
왜 그때 내게 아무말도 해주지 않은 것이냐...
어째서, 살아서도 죽어서도 너에겐 이토록 모질고 나쁜 아비로 만든 것이냐
이 아비를 용서하지 말거라
미안하다... 미안하다 선아...
내 긴히 너에게 할 말이 있어 불렀다.
올해가 병신년이니 네 나이 벌써 스물 다섯이로구나.
그만하면 되었다.
지난 윤대에서 내가 너한테 누구의 아들인가 물었다지.
그래, 그렇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나는 왜 내가 그것을 기억을 못하는지 너 또한 알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 나는 매병을 앓고 있다.
그때문에 그렇게 너한테 가혹하게 굴고 기억조차 까맣게 못하는 것이다.
어리석었더구나.
왜 그 사실을 감추려 하였느냐.
어찌 나를 위하여 그것을 덮어두려 하였어.
어찌그리 너도... 죽은 네 아비를 그처럼 닮은 것이냐...
내가 너한테 답을 듣겠다고 했다지.
그 답을 내가 주마.
너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너는 분명, 죽은 내 아들 선이의 자식이고 내 뒤를 이어 보위에 오를 이 나라의 세손이다.
--
오늘은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겠습니다.
너무 늦게 도착한 편지.
평범한 한 폭 산수화 속에 비밀이 전해진 14년 전의 그 편지가 주인을 찾아 돌아와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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