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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테순이 소금눈물

추적자

by 소금눈물 2012. 7. 18.

 

 

추적자가 끝났다.

쏟아지는 찬사와 감동의 기사들을 아침 내내 찾아다니며 읽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일부러 도망다녔다.

등장하는 배우들을 보면 분위기가 짐작이 되면서도 건드리는 이야기가 보나마나 내 머리털을 다 쥐어뜯을 것이라 드라마에서까지 더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결국, 걸려들었다. 중반부 넘어서였다.

일단 한 번 보면 시선을 뗄 수 없다는 미친 드라마, 방영되는 시간에는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한다는 드라마.

소문은 정말 허언이 아니었다.

한번 붙잡히고 나니 도망칠 수가 없었다.

 

누구라고 딱히 주인공을 내세울 수 없도록, 그들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이었다.

서회장부터 용식이까지, 그 인물 하나를 내세워도 완벽하게 이야기가 만들어지도록 정말 혀를 내두르게 잘 짜여진 각본이었다. 이런 방송작가, 나는 본 적이 없다. 넘치는 상찬을 받아 마땅하다.

생생하게 살아서 저마다 자신들의 음모와 야망과 눈물을 속삭이는 캐릭터들, 그 캐릭터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그 배우 아니고는 도무지 상상이 불가능하게 완벽하게 연기한 배우들, 그리고 미친 연출력...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내게 가장 감동적인 드라마였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가장 좋았던, 훌륭했던 드라마였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방송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누구는  희망을 보았으니 이만하면 해피엔딩이라고도 하고, 도무지 흔들리지 않는 이 나라의 견고한 욕망의 구조를 확인했으니 더 슬픈 일이라고도 한다. 다들 맞는 소리일 것이다.

 

나는 좀 다른 눈으로 울적했다.

산산조각난 소박한 한 가족의 삶. 대단한 행복이나  욕망을 꿈꾼 적 없는 소시민의 가정이 지켜지려면 91%가 넘는 말도 안 되는 투표율이 필요하구나....

 

어쩌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그 투표행렬을 보면서, 그게 가장 우리가 보고 싶어한 모습 아닐까 싶다. 비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우리이겐 절박하고 그래서 그렇게 힘든 싸움이라는...

 

원래가 눈물이 흔해터진 인간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만큼은 정말 그 눈물 조차 아끼고 진지하게 보려고 했다.

그런데 말이다. 마지막 장면, 어쩌자고 수정이는 그렇게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가.

도무지 무력하고 답답한 울분, 방청객속에서 소리없는 암전으로 나도 함께 서 있는데 어쩌자고 우리들 사이를 발랄하게 파고 들어온, 이제는 없는 우리들의 희망, 우리가 지켜주어야 했으나 지켜주지 못한 그 소녀는, 우리들의 미래는 그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가.

 

수정이의 볼우물을 보며 나는 정신없이 울고 있었다.

저를 지켜주어서 고맙다는 딸과  그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그러나 이제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아버지...

 

여러모로 배우들의 호연에 대해서는 내가 더 이상 떠들면 그게 더 우스울 뿐이니 덧달지는 않겠다.

오래 전에 손현주를 알아보고 믿어 온 내 글을 이어단다.

아 나는 가끔 꽤 쓸모있는 안목을 가졌단 말야. 으쓱 ~^^

 

 

 

http://blog.yahoo.com/_K4HTNS3S62VKXEGOEEASUT4E7U/articles/18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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