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가 끝났다.
쏟아지는 찬사와 감동의 기사들을 아침 내내 찾아다니며 읽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일부러 도망다녔다.
등장하는 배우들을 보면 분위기가 짐작이 되면서도 건드리는 이야기가 보나마나 내 머리털을 다 쥐어뜯을 것이라 드라마에서까지 더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결국, 걸려들었다. 중반부 넘어서였다.
일단 한 번 보면 시선을 뗄 수 없다는 미친 드라마, 방영되는 시간에는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한다는 드라마.
소문은 정말 허언이 아니었다.
한번 붙잡히고 나니 도망칠 수가 없었다.
누구라고 딱히 주인공을 내세울 수 없도록, 그들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이었다.
서회장부터 용식이까지, 그 인물 하나를 내세워도 완벽하게 이야기가 만들어지도록 정말 혀를 내두르게 잘 짜여진 각본이었다. 이런 방송작가, 나는 본 적이 없다. 넘치는 상찬을 받아 마땅하다.
생생하게 살아서 저마다 자신들의 음모와 야망과 눈물을 속삭이는 캐릭터들, 그 캐릭터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그 배우 아니고는 도무지 상상이 불가능하게 완벽하게 연기한 배우들, 그리고 미친 연출력...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내게 가장 감동적인 드라마였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가장 좋았던, 훌륭했던 드라마였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방송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누구는 희망을 보았으니 이만하면 해피엔딩이라고도 하고, 도무지 흔들리지 않는 이 나라의 견고한 욕망의 구조를 확인했으니 더 슬픈 일이라고도 한다. 다들 맞는 소리일 것이다.
나는 좀 다른 눈으로 울적했다.
산산조각난 소박한 한 가족의 삶. 대단한 행복이나 욕망을 꿈꾼 적 없는 소시민의 가정이 지켜지려면 91%가 넘는 말도 안 되는 투표율이 필요하구나....
어쩌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그 투표행렬을 보면서, 그게 가장 우리가 보고 싶어한 모습 아닐까 싶다. 비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우리이겐 절박하고 그래서 그렇게 힘든 싸움이라는...
원래가 눈물이 흔해터진 인간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만큼은 정말 그 눈물 조차 아끼고 진지하게 보려고 했다.
그런데 말이다. 마지막 장면, 어쩌자고 수정이는 그렇게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가.
도무지 무력하고 답답한 울분, 방청객속에서 소리없는 암전으로 나도 함께 서 있는데 어쩌자고 우리들 사이를 발랄하게 파고 들어온, 이제는 없는 우리들의 희망, 우리가 지켜주어야 했으나 지켜주지 못한 그 소녀는, 우리들의 미래는 그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가.
수정이의 볼우물을 보며 나는 정신없이 울고 있었다.
저를 지켜주어서 고맙다는 딸과 그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그러나 이제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아버지...
여러모로 배우들의 호연에 대해서는 내가 더 이상 떠들면 그게 더 우스울 뿐이니 덧달지는 않겠다.
오래 전에 손현주를 알아보고 믿어 온 내 글을 이어단다.
아 나는 가끔 꽤 쓸모있는 안목을 가졌단 말야. 으쓱 ~^^
http://blog.yahoo.com/_K4HTNS3S62VKXEGOEEASUT4E7U/articles/187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