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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미디어 씹어먹기

by 소금눈물 2012. 3. 9.

정말 정신없이 바쁘다.

어떻게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는지,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넘기기 바쁘다.

일곱번쯤 갔다오면 지옥도 살만 하다더니 내 사는 꼴이 그 모양이다. 천천히 익숙해지니까 견뎌지는 거지 이건 뭘 생각하고 다듬고 할 여지가 없다. 해마다 업무강도는 더해가고 버티기엔 내 나이도 정력도 달리고 -_-;

 

이 와중에 되도 않는 소설에, 덥석 사들인 책더미에, 왕창 받은 책선물에 정신이 없는데 어쩌자고 숙제까지 떠맡았다. 

 

"만화니까 부담없이 읽으면 되."

 

그런데 그게 부담이 안 되냐 -_-; '읽어야 하는 '책이라니.

주제가 주제다보니 설렁설렁 넘길 얘기도 아니다. 시간내서 꼼꼼히 본다 마음만 먹고 또 바빠서 차일피일 흘렀다.

그러다 더는 미룰 수 없어 책장을 열었는데...어라? 생각보다 괜찮다. 성질머리가 못되다보니 대놓고 누굴 가르치려하는 책은 초장에 질리기 마련인데 생각보다 재미도 있다.

지은이가 미국기자다보니 주로 미국의 입장에서 써나가는 책이긴 하다.

'언론'의 근대 초기 모습부터 지금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언론의 속살을 샅샅이 뒤지고 야유하는데 물론 미국언론을 말하긴 하지만 언론의 본디 모습과 이용하는 자들의 속셈이 어느 나라건 어떤 문화건 어차피 비슷할 수밖에 없다보니 아주 많이 공감이 간다.

미디어를 만들고 퍼뜨리는 자들의 속성을 간파하고 이용했던 것은 마야왕실부터 존재했다는 말도 웃겼다. '평화시'에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며 권력자이 기생하다 적군에 잡히면 맨 먼저 난도질당했다니. 하기야 그때는 그만큼 미디어종사자들이 순진해서 양쪽에 기생해서 적당히 보험을 누린다는 생각은 없었나보다. 그 정도의 염치나 책임의식은 있었는지도.

 

시절이 각박하고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 뻥뻥 터지다보니 지금의 언론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는 이 나라. 그렇다고 그들의 입과 펜이 없이는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겉핡기라도 쉽게 접하기 어렵다 보니 참말로 버릴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는 존재이다. 그 유명한 단테의 경구를 빌지 않더라도, 혼란의 시기에 혼자서 고고한 척 '중립'을 지키는 자칭 지식인들을 보면 구토가 나오기도 하지만 나 역시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서 내가 취하고 싶은 정보만 선택해서 믿고 의지하는 것도 역시 자백할 수 밖에 없다. 내가 한때 '참언론'이라 믿었던 이들이 내 뒤통수를 쳐버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님을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매카시즘, 베트남전을 거쳐 세계의 정의를 부르짖는 미국이 일으키는 전쟁이 실상은 무기상들과 석유업자들의 협잡이 태반이라는 걸 알면서도 속절없이 당하는 미욱한 변방의 대중인 나는 읽으면서 내내 한숨과 짜증 뿐이었다.

 

딱딱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가느라 애를 썼지만 완연한 번역투의 문장들이 사실 읽기에 여러 번 덜컥거렸다. 어차피 번역은 반역이 될 팔자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기획의 책들이 다방면으로 나오면 그것도 재미있겠다. 시간나면 그것들도 읽어볼만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바뻐!!!

 

제목:미디어씹어먹기

지은이 : 브룩 글래드스톤

옮긴이 : 권혁

펴낸 곳 : 돋을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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