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산>의 실내장식 이야길 하고 싶어요.
뭐 그렇다고 무슨 전문적인 말이 나올 기대는 하지 않으실테고 ^^;
21회에서, 대리청정을 하게 된 세손을 보좌하는 홍국영을 불러 혜민마마께서 넌지시 저 쪽의 약점을 알려주시는 장면이었지요.
이 드라마의 미덕 중 하나가, 이렇게 배경에 대해서까지 참 이쁘게 다듬어준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절구경을 자주 다니면서 저는 별스럽게 문살이나 단청, 처마선 따위에 눈을 주곤 했지요.
눈에 언뜻 들어오지 않는 저런 소소한 곳에까지 어여쁘게 깎고 다듬는 장인들의 마음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에서도 저렇게 스쳐가는 곳에서 멋을 발견할 때면 마음이 참 흥겹습니다.
별다른 치장이 없는 저 단순한 중문창호를 보세요.
저것은 세살창이라 부른답니다. 보통 여염집에서도 많이 썼지요.
그 건너 바깥 쪽의 아자살과는 대조적으로 단순하고 소박합니다.
그 위 쪽으로 보이는 부재 양쪽 머리의 양쪽 끝 화려한 단청문양은 머리초, 중간은 단순하게 긋기만 하였습니다. 이렇게 부재 양쪽 머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그 가운데 뇌록가칠 위에 선긋기 정도로 마무리한 단청을 모로단청이라 하지요.
녹색과 붉은 색을 주조로 한 내실에서, 더 치장을 하였다가는 엄청 요란하고 산만했겠지요. 별다른 실내장식을 두지 않고 화각장을 포인트로 두어서 여인네의 방에서 요긴한 장이 되면서 그것이 바로 장식적인 역할까지 겸하게 한 듯 싶어요.
혜빈이 입고 계신 옥색 당의에 뒤에 펼쳐진 병풍의 색깔도 한 톤 내린 파스텔톤으로 하여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고 기품있는 방 주인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우리 사랑스러운 빈궁마마의 처소입니다.
젊은 새각씨이고 남편이 왕위계승권자이니 당연히 치장이 화려하지요.
창호부터 혜빈전과는 다르게 한껏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벽면을 빼곡히 매운 화각장의 모양새도 그렇구요.
제발 저 장을 드라마 말미에서라도 꼭 좀 클로즈업으로 잡아서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허전하리만치 비었던 혜빈전과 다르게 역시 벽면도 그림으로 가득채웠네요.
남편에 대한 사랑이 한껏 물오른 새각씨의 아름다운 꿈과 다복함을 바라는 마음이 보입니다.
빈궁마마 앞에 놓인 책의 표지 보셨어요?
비단으로 씌운 책의 겉장이 참 예쁘지 않나요?
정작 입고계신 옷은 역시 혜빈마마의 복색처럼 단순하게 장식했으면서도 한껏 화려한 배경 속에서 오히려 차분하게 자리를 잡았네요.
네 사람 모두, 장식이 없는 단순한 복색이 들떠 보이기 쉬운 배경을 뒤로 하고 앉으니 오히려 안정감 있어 보입니다.
후겸의 방입니다.
자못 실세 중의 실세,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젊은 승지 정후겸.
사가이니 단청은 쓰지 못하지만 아자형의 꽉 찬 창호 보세요.
양반가의 사랑방 창호, 전형적인 모양샙니다.
제가 감탄한 후겸의 장.
한자를 돋을새김해서 넣은 저 장 좀 보세요.
수공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요.
이 방의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가를 잘 드러내줍니다.
여인네 방의 장처럼 화려한 색은 쓰지 않지만 가득한 저 한자의 모습이 화각장처럼 치장역할을 하면서 그가 어떤 계층의 사내인지를 보여주지요.
족자의 그림은 곧게 뻗은 묵죽도네요.
바람에 흔들림 없이 거침없이 쭉 곧은 대나무라.
후겸의 야심이었을까요?
학문을 사랑하시고 번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우리 세손저하의 방.
창호는 화려한 빈궁전과 담백한 혜빈전의 중간 쯤 될까요.
우아하면서도 멋스럽습니다.
바깥창호는 숫대살처럼 보이네요.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하였는데 별다른 족자는 두지 않고 벽도 긋기 정도로 두어서, 번잡하고 속된 것을 싫어하셨다는 일성록의 말과 일치하는 듯 합니다.
하기야 이 방의 주인이 이미 너무 완벽하신데 어떤 치장이 더 필요할까요
전하의 처소입니다.
평생 거친 옷과 거친 음식을 먹는 것이 자랑이었다는 영조임금.
원래 임금의 침전에는 집기를 두지 아니하였다 하는데 이 방은 침전이라기보다는 집무실 정도로 될까요?
집기의 장식도 단순하여, 지금까지 등장한 어느 방보다도 오히려 소박하게 보이네요.
이 다음에도, 줄거리와 상관없이 눈에 걸리는 대로 한번씩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이렇게 보니 드라마 읽기도 꽤 재미있는 구석이 많네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 참 여러 곳에서 정성들여 애쓰시는 구나..하는 생각도 들구요.
덕분에 저도 책장을 뒤적거리며 공부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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