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편하게 책 보고 그림 보고 그래도 맘이 안 불편하고..그런 날이 언제나 올까.
이 책을 펴서 덮기까지 한 달이 넘은 것 같다. 선거가 있었고 미친듯이 달렸고 들뜨고 설레던 마음이 가라앉고...
나 같은 허접들이야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 캄캄한 물결은 도무지 그칠 기미가 없다. 속절없이 휩쓸리며 한 시절 그리 살다갈 모양이다.
마음을 다스리며 다시 읽다가 몇 군데선 어쩔 수 없이 목이 막힌다. 교수대 위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며 비웃는 까치(서양에선 흉조 까마귀의 역할이란다)를 보면서 마음이 스산해진다. 네덜란드의 풍자화가 브뤼겔,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그의 그림에서는 건강하고 소박한 농민들의 삶과 기쁨이 있었다. 배경으로 보이는 사계절의 들판이 풍성하지만은 않은데도 그 안에서 숨쉬고 사는 사람들은 비굴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브뤼겔이 무언가에 저항한다던가, 두려워하는 화가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그랬구나.. 브뤼겔도 두려웠구나. 그러면서도 참을 수 없어, 참아지지 않아 그렸구나. 그만의 방식으로 화면 곳곳에 분노와 저항을 심지박아넣으며.
천 년 만 년 해먹을 것 같은 이들이다.백년 후엔 저네들도 우리도 이 땅에는 살아있지 않을 것인데 머리는 장식용으로 달고 있는인간들은 그때도 굳건히 살아남아 꼼지락거릴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그림을 그림이야기로만 읽고 있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렇게 안 된다. 답답하고 서글프다.
이 시절에 누구보다 할 말이 많고 또 그만큼 설화도 많이 겪은 지은이이니 열 두 점 그림이야기를 풀어놓는 대목마다 한숨이 가볍지가 않다. 별로 좋아하는 이는 솔직히 아니지만 지은이나 나나 살아내고 있는 이 나라의 이 시간은 참 서글프고 괴롭다.
입바른 소리 한다는 죄로 학교에서 잘려서 못마친 수업을 책으로 낸 강의록인 셈인데 그림을 좋아하는 내겐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으니, 이 정부가 준 아주 드문 고마움이라 하겠다. 하지만 고마워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이렇게 치졸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럽고 아니꼬와서 두 눈 뜨고 봐주기가 괴롭다.
제목 :교수대 위의 까치
지은이 :진중권
펴낸 곳 : 휴머니스트
이 책을 펴서 덮기까지 한 달이 넘은 것 같다. 선거가 있었고 미친듯이 달렸고 들뜨고 설레던 마음이 가라앉고...
나 같은 허접들이야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 캄캄한 물결은 도무지 그칠 기미가 없다. 속절없이 휩쓸리며 한 시절 그리 살다갈 모양이다.
마음을 다스리며 다시 읽다가 몇 군데선 어쩔 수 없이 목이 막힌다. 교수대 위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며 비웃는 까치(서양에선 흉조 까마귀의 역할이란다)를 보면서 마음이 스산해진다. 네덜란드의 풍자화가 브뤼겔,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그의 그림에서는 건강하고 소박한 농민들의 삶과 기쁨이 있었다. 배경으로 보이는 사계절의 들판이 풍성하지만은 않은데도 그 안에서 숨쉬고 사는 사람들은 비굴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브뤼겔이 무언가에 저항한다던가, 두려워하는 화가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그랬구나.. 브뤼겔도 두려웠구나. 그러면서도 참을 수 없어, 참아지지 않아 그렸구나. 그만의 방식으로 화면 곳곳에 분노와 저항을 심지박아넣으며.
천 년 만 년 해먹을 것 같은 이들이다.백년 후엔 저네들도 우리도 이 땅에는 살아있지 않을 것인데 머리는 장식용으로 달고 있는인간들은 그때도 굳건히 살아남아 꼼지락거릴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그림을 그림이야기로만 읽고 있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렇게 안 된다. 답답하고 서글프다.
이 시절에 누구보다 할 말이 많고 또 그만큼 설화도 많이 겪은 지은이이니 열 두 점 그림이야기를 풀어놓는 대목마다 한숨이 가볍지가 않다. 별로 좋아하는 이는 솔직히 아니지만 지은이나 나나 살아내고 있는 이 나라의 이 시간은 참 서글프고 괴롭다.
입바른 소리 한다는 죄로 학교에서 잘려서 못마친 수업을 책으로 낸 강의록인 셈인데 그림을 좋아하는 내겐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으니, 이 정부가 준 아주 드문 고마움이라 하겠다. 하지만 고마워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이렇게 치졸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럽고 아니꼬와서 두 눈 뜨고 봐주기가 괴롭다.
제목 :교수대 위의 까치
지은이 :진중권
펴낸 곳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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