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 읽었다.
혼란스럽고 정신없는 이 와중에 더듬더듬 느린 행보였다.
17세기 영국, 국교와 카톨릭의 충돌, 과학이든 신학이든 "진리"에 대한 열망과 그 열망을 배신하는 욕망의 인간들의 모순, 나약한 인간과 신의 약속이 주는 복잡하고 화려한 뜨게질 같은 이야기였다.
이탈리아 의사(의사, 군인, 혹은...), 마르코 다 콜라의 자서전부터 풀어지는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받는 또다른 세 사람의 자기 변명, 혹은 주장이 이어지면서 독자를 끌어들여 유혹하고 설득하며 또 실패한다.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프레스콧, 욕망에 들뜬 성직자 월레스, 그리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읽어주며 또한 이 모든 비밀을 푸는 열쇠를 주는 학자 우드.- 이 네 남자의 얽혀진 인연 사이를 통과하는 공통의 여인 사라...
각자는 앞서 진술한 이들을 맹렬히 비방하며 각자의 주장을 열렬히 내세우지만 그것은 모두 옳지도 않고 모두 부정할 수도 없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볼 수 밖에 없는 약한 인간들, 또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할 수 있는 그런 인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을 교차되고 흔들리면서 이야기의 중심으로 다가간다. 하지만 그 결말 역시 진실이었던가. 그것은 앞서 말한 이야기들이 그 사람만의 진실이었던 것처럼, 결말 역시 거기까지 들은 것만의 진실이겠지.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고 있지만, 마지막이 도달한 끝은 이 길고 조금은 지루했던 책이 가리키는 꼭지점이었다.
사라, 그녀는 정말 누구였던가.
그녀의 삶은, 그리고 죽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던가.
마지막 50페이지의 놀라움에 도달하기 위해 참으라던 독자들의 말을 이해하겠다.
나도 그렇게밖에 말해줄 수 없겠다.
견디라. 얻을 것이다!
제목 : 핑거포스트 1663
지은이 : 이언 피어스
옮긴이 : 김석희
펴낸 곳 : 서해문집
'그룹명 > 낡은 서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0) | 2011.11.28 |
---|---|
꽃들의 질투 (0) | 2011.11.28 |
소유 (0) | 2011.11.28 |
마틸다 (0) | 2011.11.28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0) | 2011.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