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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꽃을 보려면

by 소금눈물 2011. 11. 28.

 

12/06/2007 07:04 am공개조회수 1 1





꽃을 보려면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 정호승

누군가는 국치일 같았다고 한다.
이 나라가 혐오스러워서, 정말로 앞으로 살 날들이 아득하다고 했다.
바른 뜻은 바른 힘을 얻는다고, 견디면 진실은 승리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하는데
아니다 아이들아
그저 죽어라 돈을 모아라, 땅투기를 하든 사기를 치든, 밟고 패고 죽여서라도 돈을 얻어라. 그게 힘이다.
그렇게 힘을 얻으면 권력을 얻고, 그 권력은 다른 이의 입을 막고 손을 묶고 대통령이 된단다- 그렇게 너희들을 가르쳐야 하는 오늘이 슬프다.

언론은 입을 다물고 검찰은 돈을 돌아보고 표는 귀를 막는다.
이제 인터넷에서 이렇게 자유롭게 개탄하고 슬퍼하는 이들은 글을 모두 지우고 지하로 들어가야 하는 날이 온다고 한다.
벌써 정치게시판의 글을 삭제하고 웅크린 이들도 많아졌단다.

하루가 너무 치욕스러워서, 대한민국이 너무나 개 같아서 우는 나에게
친구가 이 시를 보여준다.
혼자 아니라고, 우리는 꽃씨가 아닌 꽃이라고.
함께 무더기무더기로 피어 봄이 될 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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