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올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의 뒷이야기쯤 될까.
아버지와 양을 사러 장에 가던 야모의 이야기는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 <집도 없이 태양도 없이>는 그런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걸고 이란으로 탈출한 사내아이 부먼의 고통과 슬픔이다.
평화로운 아프가니스탄에서 방앗간을 하던 아버지와 착한 엄마 동생들, 그리고 맛있는 빵을 구워주시며 옛날이야기를 해주곤 하던 할머니와 함께 살던 사내아이 부먼. 어느날 폭격에 아버지와 동생들이 죽고 개울가에 빨래를 나갔던 부먼과 할머니, 어머니만 살아남는다.
폭격 뒤에는 탈레반들이 마을에 들어왔다. 탈레반들은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고 남자들을 잡아다 죽이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부먼을 살리기 위해, 이란에 가서 빵을 구해오라며 떠나보낸다. 천신만고 끝에 이란에 도착한 부먼은 이란 사람들의 냉대와 아이들의 조롱에 상처받고 눈물을 흘린다. 아이들의 놀림에 부먼은 세상 어디에서도 없는 아름답고 빛나는 아프가니스탄의 태양을 자랑하지만 돌아오는 건 놀림 뿐이다. 그 태양을 직접 보여주겠다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려는 부먼. 하지만 귀향길은 쉽지 않다.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르는 어린 부먼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처를 받고 또 인정을 익히며 떠돈다.
그 길에서 늙은 당나귀를 만나 친구로 삼지만 이들은 곧 피난민 수용소로 보내지고 당나귀는 피난민들에게 잡혀먹히고 만다.
절망에 빠진 부먼에게, 부먼처럼 가족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던 전직 작가 사르바르씨가 다가오고, 부먼의 이야기를 글로 쓸 희망으로 재기를 다짐하는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된다.
전쟁이 터지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여자와 아이들이라고 했던가.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키고 그것을 몸으로 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가장 무력한 사람들이다.
너무나 마음 아파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지만 그래서 더 눈을 돌릴 수 없는 땅의 사람들이다. 나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우리도 이런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몇 십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고 지금 이 시간 지구 저 편의 이야기다. 얼마나 많은 부먼이 따뜻한 집과 태양을 그리워하며 울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르바르씨가 아내를 잃고, 딸을 잃고 그렇게 죽음 같은 시간을 견디고 있을까.
이것이 "동화"라는 것이 더 슬프다. 아이들의 이야기라니. 아이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라니...
한달에 한 권은 동화책을 읽자고 산 책인데, 아프가니스탄 이야기는 그만 읽어야겠다.
읽고 나면 후유증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
제목: 집도 없이 태양도 없이
지은이: 모하마드 허디 모하마디
옮긴이: 김영연
펴낸 곳: 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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