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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그대를 사랑합니다.

by 소금눈물 2011. 11. 24.

 

07/10/2007 08:54 am공개조회수 1 4






강풀을 좋아한 것이 순정만화 때부터였던가 탄핵 때부터였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전에는 만화란 장르에 대해 시큰둥했고, 더더구나 인터넷 만화에 대해 관심도 없던 나였다.
(소소한 일기장 같은 블로그지만 그래도 인터넷에 소설이라고 끄적거려대는 나 자신이, 인터넷 작품들에 이렇게 안좋은 편견을 갖고 있다는 건 웃기는 일이긴 하다. -_-)

첫인상으로는 이 사람이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몰랐다. 투박한 선에 나오는 대사도 그다지 세련된 치장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첫 회, 스크롤바를 끝까지 내리기도 전에 나는 그만 홈빡 빠져들고 말았다.
어리버리한 동네총각과 맹랑하기가 이를데 없는 어린 여고생의 엘레베이터 속의 첫 만남. <순정만화>라면 모름지기 길쭉길쭉 폼나는 남자주인공과 드맑기가 초여름 어린 감나무잎같아야 한다는 편견을 와장창 깬 그 <사실적>인 이야기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이 <순정만화>의 광팬이 되었다. 업데이트 되는 날을 동동 기다려 들락거리고 그들과 함께 설레고 수줍어하며 그 연애의 배경이 되어갔다.
첫눈 내리는 아파트 벤치 뒤에서 그 함박눈을 함께 맞았고,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루다 엘리베이터로 뛰어가는 아침에 함께 설레어 뛰어갔다.
어쩌면 이 연인들은 그렇게도 아름답고 이뻤던가.
<순정만화>의 아름다움은 겉보기만 화려하고 끝나고 나면 허전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어서다. 그는 그 소박하고 투박한 선으로, 사람들에게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내 이웃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예쁘고 화려한 그림체로, 매끄럽기 그지없는 대사의 힘으로 순정을 그렸다면 이렇게 큰 감동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말이지. 내 주위엔 재벌 기획실장 따위는 평생 가야 만날 일이 전혀 없을 사람들 뿐이며 얼굴도 하나같이 그만그만 보기 좋을 만큼 예쁘거나 적당히 속물적이고 적당히 수더분한 사람들이지, 영화배우같이 예쁜 얼굴에 만나는 모든 남자들에게 오매불망 죽어도 못 잊을 첫사랑따위가 될 수는 없는 그런 인물들 뿐이다.
도저히 손 닿을 수 없는 구름 속의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에 넋을 놓고 바라보며 울고 웃기는 하지만 끝나고 나면 역시 내 이야기는 아니겠으므로 그 허전함에 더 씁쓸해지는 그런 <순정>은 그야말로 <만화>일 것이었다.

나는 강풀이 또 그런 인기있는 인터넷 순정 만화작가이기만 한 줄로 알았다. 그런 그가 탄핵반대를 외치며 나타났을때 나는 그의 뜨거운 분노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인터넷작가, 거기다 만화가, 그런 사람들이 분연히 일어나 사회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며 내 편견이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거기다가 젊은 그의 분노는 얼마나 신선하고 파괴력이 컸던가.
그는 자기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어떻게 돌려줄 것인 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시작한 <26년>, 나는 그가 미치도록 고마웠다.
이렇게 부박한 세대에, 또 그 얘기냐고 들어보지도 않고 진저리치며 도망가버리는 시대에, 그 인기있는 붓으로 그려주는 서슬푸른 그날의 기억, 그 되새김... 고마웠다. 정말로 눈물이 나게...

다른 작품들 보다 나는 <순정만화>,<26년>, 그리고 다시 시작한 이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강추한다.
더우기 이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진만이의 고단한 어깨를 끝내 다 도닥여주지 못하고 그만 자판을 멈추어버린 나에게 여러모로 괴로운 자책을 주었다.
섣불리 시작했던 어리석음과 끝내 더 나갈 수 없었던 무능... 내 곁에 있는 그 소박하고 착한 사람들에게 갖는 한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지만 정작 내 곁에 있지 않았던 허상의 이미지를 너무나 쉽게 감상으로 극복하리라 믿었던 그 용감무쌍함을.

각설하고 -

여러분께 꼭 권하고 싶다.
인생이 다 끝나버렸다고, 여기쯤서 죽어도 서운할 게 없다고 쓸쓸히 말하고 있는 그 산동네 김만석씨와 송이뿐씨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그 비탈길 노인들이 만드는 사랑과 삶의 따뜻한 사랑을 말이다.
젊은 우리가 평생 우리는 그렇게 안 늙을 것이라 생각하며, 젊지 않는 사람들은 그저 無性의 존재일 뿐이라고 믿는 오만한 우리가, 스쳐가는 그 사람들이 얼마남지 않는 그 짧은 시간을 이렇게 간절하고도 뜨겁게 살아가는 사랑을 하는 지를 보여주고 싶다.




(강풀 -그대를 사랑합니다-만화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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