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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그해 그때

by 소금눈물 2011. 11. 24.

 

06/01/2007 03:43 pm공개조회수 1 0





이제보니 서러움이 자라던
그해 그때입니다.

강물이 저홀로 깊어가고 깊어갔습니다.
들풀도 저홀로.

저쪽 산창 밖은 어두워서
자꾸만 삼대만 자랐습니다.

웃자란 어둠이 얼마나 깊었는지
산뻐꾸기도 제대로 울지 못했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나는 작은 키로
무논밭의 우엉잎만 보았습니다.

앵두잎이 조잘거리며
접시꽃과 앙다문 사랑을 나누는 시기였지요.

잘 자거라, 나의 모든 아이여,
그해 그때의 일은 지금도 너무 서럽습니다.



잘 자거라 나의 모든 아이여
그해 그때의 일은 지금도 너무 서럽습니다...

벌써 이렇게 흘러버렸군.
내 오른쪽 어깨는 그 후로 오래토록 젖어 있었다.
젖은 어깨가 서럽다는 말은 아니지만.

밤마다 박정만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 박정만 시전집> 중에서.
펴낸 곳: 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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