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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 일기

by 소금눈물 2011. 11. 24.

 

10/13/2004 04:20 am공개조회수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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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강나루낭자가 선물해준 최영미의 <화가의 우연한 시선>을 읽고 있다.
점심시간에 짬짬이 읽어 나가느라 속도가 나가진 않지만 (아..시간에 박한 이넘의 직장;;;) 좋아하는 미술 이야기를, 눈이 밝은 이가 들려주는 이런 책은 왜 이리 행복한지.

오늘 말하는 이 책은 그 시인 최영미가 유럽의 미술관을 돌아보며 쓴 일종의 미술관 여행기다.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한때 이땅의 서른들을 갑자기 정신 차리게 만들고 지난날의 아련한 향수읽어내기에 빠져있던 소위 386들을 얼마나 심란한게 만든 시인이었던가.
이 사람이 갑자기 ( 갑자기? 최영미를 모르는 이들의 말이겠지만) 미학으로 돌아왔을때 어리둥절했지만 나는 참 반가웠다. 이때쯤 나도 난데없이 그림이 사정없이 좋아졌는데 제대로 보는 눈도 훈련도 없던 터라 무작정의 호감만 있지 도무지 답답한 처지를 어쩌지 못하던 참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전공하거나 밥벌이로 삼지 않고, 그 바깥 둘레에 있던 이가 보는 그림, 화가들의 이야기.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도 참 편안하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미쳐 알지 못했던 그림의 뒷면을 알아가고 또 이사람의 시선이 흔한 말로 내 "코드"에 딱 맞다.
모두가 감탄하는 루벤스의 그림에 대해 ' 거 참, 비싼 화폭에 엄청나게도 물감을 싸질렀군' 이런 혼잣말은, 위대한 명화에 대해 온전히 감동하고 토를 달지 않는 엄숙한 감상에만 익숙해 있는 이들에게 신나는 공감을 준다.
(어울리지 않는 폼을 잡느라고 힘준 어깨가 아팠던 이에게 이런 궁시렁은 얼마나 즐거운가..)
천상 예술가일 수 밖에 없는 고독한 램브란트에 대한 무작정이라고 밖에 생각 안되는 애정,
로댕의 <키스> 에 대한 섬세하고 뜨거운 눈길, 혹은 뮌터의 <듣기>를 통해 보는, 소외받는 이들의 모습에 가지는 애정이 나는 참 좋다.

그림에 대해 별 지식이 없이도 그저 따라가며 공감하고 군데군데서 함께 감탄하고 끄덕이고..또 좀 아는 이들도 미쳐 발견 못한 대목에서 새삼스런 감동을 맛보기도 하고..
요즘은 이런 책이 참 좋다.
잘난 이들의 무거운 가르침에 따라가기가 너무 피로해설까.
단지 좀 부드러워서가 아니라, 뒤쳐지고 부족한 이들에 대해 친절하고도 따뜻한 시선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제목 : 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 일기
지은이 : 최영미
펴낸 곳 : 창작과 비평사




( 그림은 램브란트의 <성스러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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